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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아프리카인에 '원숭이들'”…48년 만에 공개된 美 전 대통령들 발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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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아프리카 국가 외교대표들을 '원숭이'라고 부르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이 공개됐다.

31일(현지시간)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재직 중이던 1971년 10월 26일 당시 닉슨 대통령과 전화로 나눈 대화 녹음을 공개하며,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통화 내용은 닉슨 전 대통령 쪽에서 녹음한 것으로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돼 있다가 최근 정보공개 청구절차를 통해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레이건 전 대통령은 통화 전날 열린 유엔총회 결과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당시 유엔총회에서는 대만을 축출하고 중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대만을 지지한 레이건은 대만이 회원국 자격을 잃어버린 것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유엔 총회장에 있던 탄자니아 대표단이 유엔총회 결과에 기뻐하며 춤추는 것에 기분이 나빴다고 밝혔다.

그는 닉슨 전 대통령에게 "어젯밤 내가 TV에서 본 걸 봐 달라"고 말했고, 닉슨 전 대통령은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 아프리카 국가의 원숭이들을 봐라. 이것들은 아직도 신발 신는 걸 거북해 한다"고 덧붙였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표현에 닉슨 전 대통령은 큰 웃음을 터트렸다고 매체는 전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닉슨 전 대통령도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아프리카 국가들의 투표에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체는 닉슨 전 대통령이 당시 통화를 마친 뒤 윌리엄 로저스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고도 했다. 매체에 따르면 닉슨 전 대통령과 로저스 전 장관의 통화 내용도 녹음 테이프에 담겼다.

매체에 따르면 닉슨 전 대통령은 로저스 전 장관과의 통화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옮겼다. 닉슨 전 대통령은 "레이건이 '어젯밤 TV에 나온 이런 식인종들'이라며 비웃었고, '빌어먹을, 이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펄쩍펄쩍 뛰기만 하는 이 식인종들. 보아하니 아주 괴기스럽다'는 말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로저스가 "형편없는 장면이었다"며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에 동의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매체는 닉슨 전 대통령이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약간 비틀어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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