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5배 증액 요구" ···'美방위비 증액청구서' 日도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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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이동 중 '존 볼턴 방한 항의' 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손 흔들고 있다. 변선구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위해 이동 중 '존 볼턴 방한 항의' 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손 흔들고 있다. 변선구 기자

미국이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본지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일본도 미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은 31일 오후 온라인기사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주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주일 미군에 대한 일본측 부담금을 지금의 5배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1~22일 일본을 방문해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보장국장과 회담했다.

신문이 이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이 일본 측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동맹국들에 줄곧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전 '내지르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일 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주일미군 주둔 비용의 일본 측 부담금은 2016년부터 내년까지 5년간 9465억엔(약 10조 3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협정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두 나라가 맺은 것으로, 2021년 3월말 협정 기간이 만료된다. 새로운 협정을 위한 양측의 교섭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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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을 방문해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을 방문해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일 양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요구와 관련해 "미국이 새 산정 기준에 따라 동맹국들에 더 많은 기여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은 미군의 주둔 비용 중 인건비를 제외한 운용비를 지원하는 것인데, 이를 몇 배로 올려달라는 것은 미군 주둔 비용 전체를 내라는 것과 같다. 미국이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23~24일 한국을 방문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방위비 증액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볼턴 보좌관은 한국에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제안한 금액은 올해 2월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서 협의한 1조 389억원(전년도 대비 8.2% 인상)의 5배가 넘는 액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당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미국 덕분에 안보상 혜택을 받고 있으니 그만큼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 연설에서 "우리가 50억 달러(약 6조원)를 내면서 지켜주는 부자 나라가 있다. 그 나라는 5억 달러(약 6000억원)만 낸다.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전화 한 통으로 올해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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