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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재산 지켜줬다"···문 대통령 김지태 변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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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인 1987년 고(故) 김지태씨 유족의 50억원대 법인세·특별부가세 취소 소송을 맡아 승소한 것과 관련,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김씨는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이하 동척) 근무 경력 등으로 친일 논란이 있다. 이에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은 친일 토착왜구”(29일)라며 비난하자 31일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설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고(故) 김지태씨. [중앙포토]

고(故) 김지태씨. [중앙포토]

김씨는 정말 친일파일까. 이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친일파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변론에 나섰다는 주장을 하려면 ‘김지태=친일파’라는 논리가 먼저 성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동척에 5년(1927~1932년)에 근무한 공로로 울산의 농장 2만평을 불하받아 이를 기반으로 부산지역에서 갑부가 됐다. 하지만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 발간)에는 포함되지 않아 “친일파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이에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김지태씨가 친일파 명단에서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의혹에 대한 반박성 설명을 했다. 김씨가 애당초 친일파 명단에 포함된 적이 없고, 문 대통령이 유족 변론을 통해 이익을 본 것도 없다는 게 청와대 설명의 핵심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일파 명단에서 빼줬다는 곽 의원의 주장과 관련 “처음부터 (김씨가) 명단에 없었다.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당시 받은 수임료는 임금이 밀린 노동자들(김씨 유족 측 회사)에게 지급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런 후일담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월쯤 참모들에게 직접 한 얘기라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나온 얘기인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변호사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 씨 유족 법인세·특별부가세 취소 소송 변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변호사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 씨 유족 법인세·특별부가세 취소 소송 변호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곽상도 의원은 오후 2시 “내용도 모르는 청와대는 어설픈 논평으로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며 재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지태씨가 친일인사 명단에서 빠지게 된 경위를 밝히라”고 재차 주장했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민주당이 발의한 ‘친일반민족특별법’의 문구 변경을 문제 삼고 있다. “은행회사 등의 간부 또는 직원”(2003년8월 발의)으로 돼 있던 친일행위 대상이 “동척 등의 중앙 및 지방조직 간부”(2004년3월 본회의 통과)로 한정되며 김씨가 친일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곽 의원은 “당시 일본인도 1만평 이상 불하받기 힘든 시절이었는데 김씨는 2만평을 불하받았다.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고 김씨 평전에도 돼 있다”며 “1960년 4·19 혁명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김씨의 집으로 몰려가 ‘악질 친일재벌을 처단하라’며 시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성공보수를 임금이 밀린 노동자들에게 줬다는 청와대 설명에 대해서도 “돈도 많은 친일파 유족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격”이라며 비판했다. 곽 의원은 “김씨 유족들은 상속받은 재산으로 훗날(2003~2006년) 재산 다툼과 송사를 벌이는데 체불임금을 대신 갚아준다는 게 난센스”라며 “토착 왜구라는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친일파 유족들과 문 대통령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씨의 유족들이 2012년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를 항의방문해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씨의 유족들이 2012년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를 항의방문해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태씨가 ‘친일파냐 아니냐’는 논란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있었다. 김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을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했다는 게 정치적 쟁점이 돼서다. 당시 새누리당은 “친일파 재산을 국가가 환수한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고, 민주당은 “돌아가신 김씨를 여러번 죽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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