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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폭염 속 차안서 숨진 쌍둥이들…아빠 “내려 주는 것 깜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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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프리큐레이션]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프리큐레이션]

미국에서 한살배기 쌍둥이가 더위 속 차량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들을 8시간 동안 차안에 방치한 쌍둥이 아빠는 "아이들을 내려준 줄 알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 사이 일어났다.

이날 쌍둥이 아빠 후안 로드리게즈(39)는 차량을 이용해 출근 길에 나섰다. 일터에 도착한 그는 건물 주변에 차를 주차한 뒤 업무를 보고 오후 4시쯤 다시 차에 올랐다. 그는 두어 블럭 정도를 이동하던 중 뒷좌석에 앉아 있는 쌍둥이를 발견했다.

그제서야 아침 출근길 아이들과 함께 차량에 올랐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아이들을 발견하자마자 차 밖으로 나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8시간 동안 불볕더위 속 차량 안에 방치된 뒤였다.

사고 당일 뉴욕시는 30도로, 아이들의 체온은 42도에 육박했다. 쌍둥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후안은 사건 발생 직후 체포됐다. 우발적 살인,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거진 그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 첫째 아이와 쌍둥이를 태우고 집을 나섰다. 첫째 아이를 먼저 내려줬다. 이후 쌍둥이가 타고 있다는 걸 잊고 직장으로 일하러 갔다"고 말했다. 그는 "쌍둥이를 데이케어센터에 내려준 줄만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었다. 내가 아이들을 죽게했다"면서도 우발적 살인과 과실치사상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쌍둥이의 엄마이자 후안의 부인인 매리사 로드리게즈도 남편을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매리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내 생에 최악의 악몽이다.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슬픔을 겪고 있다"며 현재 처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며 남편의 무죄를 주장했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아빠였다. 그는 한 번도 아이들을 해한 적 없다"고 강조한 매리사는 "아이들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남편이 곁에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매리사와 후안의 사이에는 목숨을 잃은 쌍둥이 위로 3명의 아이들이 더 있다.

후안의 주변인들도 그가 평소 "아버지 중의 아버지"였다며 그를 옹호했다. 이웃들은 최근 후안의 가족들은 쌍둥이들의 첫 번째 생일을 맞아 파티를 열었다며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라고 증언했다. 후안의 변호를 맡은 조이 잭슨 역시 "의도했던 사고가 아니다"라며 "사고 이후 후안의 가족은 큰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후안은 10만 달러(약 1억1800만원) 보석금 중 절반을 내고 집으로 돌아간 상태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일 열린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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