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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원 차등도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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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원 때문에 저 난리를 치다니…."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고 했다. 전교조가 최고 18만원 차이가 나는 성과급 차등지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전교조는 '교육주체 분열하는 성과급 폐지하라' '돈 잔치 중단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이곳에서 35일째 농성 중이다. 인도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거나 승용차를 불법 주차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인근 무역회사의 김모(41) 부장은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돈을 더 준다고 시위하는 전교조는 딴 나라 사람들 같다"고 꼬집었다. 실적에 따라 동료 간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차이 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경쟁하고 있는데 전교조만 평등주의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전교조 장혜옥 위원장은 이날 9만여 회원에게 '차등성과급 반납 긴급 지침 1호'를 내렸다. 성과급 지급 즉시 전액 반납하고 13일부터 비상 농성체제에 돌입하라는 내용이었다. 교육부가 12일 차등성과급 비율을 10%에서 20%로 확대키로 하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까지 6만3000원이던 상.하위 등급 간 차액은 올해 18만3000원으로 늘어난다. 전교조는 성과급을 '독 묻은 사탕'이라고까지 했다. 사탕의 크고 작음(성과급 차등액)보다 사탕에 묻어 있는 독(교원평가제로 가기 위한 속임수)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경쟁도 없이 62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한국의 교직은 외국과 비교하면 '하늘이 내린 직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내년부터 교사 월급과 상여금을 학생 성적에 연계시키기로 했다. 일본도 '면허 갱신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안이한 교사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 학부모단체들도 "학생에게 건강한 경쟁의 원리를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평등주의 함정에 빠져 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성과급 확대와 교원평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런 쓴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오정''오륙도'시대에 자신들만 무풍지대로 남겠다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다. 전교조는 스스로 실력을 쌓고 평가를 당당하게 받을 자신이 없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