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정부 지갑에 기대 1%대 성장률 턱걸이…투자ㆍ수출 부진에 경기 회복은 요원

중앙일보

입력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9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1분기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던 성장률을 끌어올린 건 정부가 쓴 돈이었다. 투자와 수출 부진 속에 민간 부문은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성장률 반등에도 경기 회복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2분기 경제성장률 1.1% 기록하며 #전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반등 #정부 기여도 1.3%p, 민간 -0.2%p #올해 2.2% 성장 목표 달성하려면 #3ㆍ4분기 GDP 0.8~0.9% 증가해야 # #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2분기 경제성장률은 1.1%(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역성장한 1분기(-0.4%)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반등했다. 2017년 3분기(1.5%) 이후 7개 분기만에 최고치다. 1년전과 비교한 성장률은 2.1%다. 2분기 1.1%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은이 예상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1.9%)는 달성하게 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기가 살아나지는 않았다. 2분기 성장률이 1.1%로 반등한 데는 1분기 역성장의 기저효과가 컸다. 여기에 정부가 쏟아부은 돈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1분기 0.4%에 불과했던 정부소비가 2분기에는 2.5%로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2.8%) 이후 최고치다.

 ‘정부의 힘’은 수치로 확인됐다. 2분기 성장률(1.1%)에서 정부 정부기여도가 1.3%포인트나 됐다. 2분기 경제성장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 다 한 셈이다. 재정의 약발이 사라지면 무너지는 경제 상황은 1분기 성장률로 드러났다. 1분기 정부기여도가 급감(-0.6%포인트)하자 경제는 마이너스(-0.4%)로 곤두박질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커진 건 중앙정부의 재정집행이 높아지고 지방 교부금이 집중된 결과”라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 반등에도 우려가 커지는 것은 민간의 부진이다. 2분기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0.2%포인트)로 돌아섰다. 성장률을 오히려 갉아먹은 것이다.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4분기(-0.3%포인트)이후 6개월만이다. 1분기(0.1%포인트)와 비교해도 0.3%포인트 줄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항목별로 수치와 지표를 뜯어보면 걱정 투성이다. 투자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2분기 건설투자(1.4%)와 설비투자(2.4%)는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건설투자(-3.5%)와 설비투자(-7.8%) 모두 역성장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를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에서 민간의 기여도는 -0.5%포인트로 1분기(-0.2%p)보다 뒷걸음질쳤다.

 반도체를 앞세워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에 켜진 빨간불은 더 짙어졌다. 2분기 수출은 2.3% 증가(전분기 대비)했지만 이는 1분기 마이너스(-3.2%) 성장의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 크다. 수출 부진을 엿볼 수 있는 지표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다. -0.1%포인트를 기록하며 수출이 성장률을 깎아먹은 것이다.

 민간소비도 성장을 뒷받침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2분기 민간소비는 0.7% 늘며 1분기(0.1%)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0.3%포인트)는 정부소비(0.4%포인트)보다 못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민간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증가율이 소폭 높았는데 2분기 민간소비가 1년 전보다 2.0% 늘어나며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2.1%)보다 낮다”며 “민간 소비 회복세도 주춤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상으로 2분기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지만 갈 길은 구만리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2%) 달성까지 가시밭길이 놓여 있어서다. 박양수 국장은 “올해 2.2%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전분기 대비 0.8~0.9%의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ㆍ중 무역갈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다. 2.2%의 성장률 전망치에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영향이 빠져 있다. 때문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일본 수출 규제의 부정적 영향이 이어지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하락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1~20일 수출도 13.6% 줄었다.

 조영무 수석연구위원은 “고용 지표 등에서 드러나듯 정부가 재정을 집행하며 성장률이 올라갔지만 문제는 하반기”라며 “정부의 재정 여력이 줄어들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이 더 나빠지면 한은의 성장률 목표치 달성도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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