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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밀거래로 성장한 中 여성기업가, 미국 재판정 선다

중앙일보

입력

훙샹그룹 홈페이지에 게재된 마샤오훙 대표 사진. [뉴시스]

훙샹그룹 홈페이지에 게재된 마샤오훙 대표 사진. [뉴시스]

북한과의 밀거래로 기업을 일군 중국의 여성 기업가가 미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미국이 북한의 무기관련 업체와 거래한 혐의로 중국 기업인 4명을 기소하면서다.

미 법무부, 마샤오훙 대표 등 4명 기소 #쇼핑몰 직원에서 대북 밀거래로 성장 #혐의 확정되면 최고 45년형 받을 수도 #중국과 협상 중 미국, 압박카드 꺼내나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중국 단둥훙샹(丹東鴻祥) 실업발전의 마샤오훙(馬曉紅)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4명이 미국 뉴저지주 연방대배심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고 밝혔다.

마 대표 등은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과 거래하며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미국 상대 사기 및 IEEPA 위반 음모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 규정(WMDPSR) 위반 및 회피 음모 ▲돈세탁 음모 등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혐의가 인정될 경우 미국에서 최대 45년 징역형과 175만 달러(약 20억 6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미 법무부 대변인은 AFP에 마 대표 등이 미국이 아닌 중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중국기업 단둥훙샹은 북한의 조선 광선은행과 거래했다. 조선 광선은행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탄천 상업은행, 조선 혁신무역회사와 연계돼 있다. 탄천 상업은행과 조선 혁신무역회사는 조선 광업개발무역회사와 연관이 있는데, 조선 광업개발무역회사는 북한산 탄도미사일과 장비의 수출기관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존 데머스 법무차관보는 “피고인들은 20개가 넘는 유령회사를 세워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여한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을 대신해 불법 금융거래를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크레이그 카페니토 검사는 “마 대표와 단둥훙샹 실업발전 직원들은 제재를 피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기업과 거래하며 미국을 기만했다”고 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너 북측 지역 전경. [중앙포토]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너 북측 지역 전경. [중앙포토]

마 대표는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지역에서 성장한 입지전적인 여성 기업가다. 쇼핑몰 직원 출신인 그는 1996년 대북 무역에 뛰어들었다. 2000년 단둥훙샹 실업유한공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북한과 밀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대표는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해 무역은 물론 호텔업, 관광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그의 기업은 2010년 중국 500대 민간기업 중 189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고 자신도 2011년 단둥시 10대 여성기업가, 2012년 랴오닝성 우수기업가로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특히 마 대표가 북한과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선양(瀋陽)의 칠보산 호텔은 북한 해커들의 비밀기지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검찰은 2016년 9월 이들을 연방 대배심으로 넘긴 바 있다. 대배심을 통한 마 대표 일행 기소는 3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중국과 무역협상을 앞둔 미국이 중국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에서 꺼낸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목전에 두고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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