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에 크게 한 방 먹입니다! 일본팀이 중국팀을 땅바닥에 내리꽂네요!!”
중국 시안 WCG에 12만명 집결 #AI축구·VR 프로게이머도 눈길 #국내 업체가 인수, 6년 만에 부활
링 위에서 왼팔에 빨간 고추 모양 창을 꽂은 일본팀 로봇과 오른팔에 바나나 창을 장착한 중국팀 로봇이 맞붙는다. 신체 인식 미니 로봇이 플레이어의 움직임대로 격전을 벌이는 로봇 파이팅 챔피언십. 현실판 ‘리얼 스틸’이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 시안시 취장신구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e스포츠대회 WCG(월드 사이버 게임즈)에 등장한 풍경이다. 나흘간의 행사에선 로봇 격투기와 가상현실(VR) 게임 챔피언십, 인공지능(AI) 축구 게임 등 미래형 문화 콘텐트가 대거 공개됐다.
WCG는 지난 2000년 한국 용인에서 시작해 2013년까지 ‘e스포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며 전 세계 게임인들의 사랑을 받은 축제였다. 정식 종목이었던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에서 한국이 14년 내리 우승을 차지한 국제대회기도 하다.
재정난으로 2014년 2월 문을 닫은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WCG는 2017년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삼성전자로부터 상표권을 인수하면서 올해 중국 시안에서 6년 만에 부활했다. WCG 2019는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 대회는 6개 정식 종목 ‘워크래프트3’ ‘도타2’ ‘클래시로얄’ ‘왕자영요’ ‘크로스파이어’ ‘하스스톤’과 ‘스타크래프트2’ 초청전 등 총 7개의 e스포츠 대전 외에도 4가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뉴호라이즌(로봇·VR·AI·코딩)’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 ‘게임을 넘어(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 이었다.
그중 가장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던 것이 앞서 소개한 로봇 대전이다. WCG와 중국의 로봇 개발 스타트업 GJS는 로봇의 무기가 어딜 타격하느냐에 따라 체력이 다르게 소진되는 디테일까지 선보여 재미를 더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협력한 AI 마스터즈 대회는 AI 축구 게임 시뮬레이터와 온라인 딥러닝 환경을 제공했다. 또 어린이들의 코딩 대전 ‘스크래치(코딩 교육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챌린지’도 소비자 참여가 많았다. 권혁빈 WCG 조직위원장 겸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재단 이사장은 “게임과 e스포츠는 전 세계 젊은 디지털 세대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콘텐트”라며 미래형 문화 콘텐트를 선보인 배경을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