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정국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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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각구성을 놓고 진통중인 폴란드정국이 급변하고 있다.
키슈차크수상은 지난 14일 내각구성 실패의 책임을 지고 수상자리를 물러났고, 지금까지 줄기차게 비 공산정부 구성을 주장하던 자유노조 지도자 바웬사는 국방·내무상직을 공산당에 넘기는 대신 나머지 각료직은 비 공산계가 맡는 절충안을 냄으로써 극적 전환의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바웬사는 또 그 동안 한사코 고사해오던 자신의 수상직 취임을「사회가 원한다면」이란 조건으로 수락용의를 밝혔다.
특히 바웬사는 비록 자신이 수상을 맡아도 폴란드는 계속 바르샤바조약기구의 동유럽블록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폴란드사태 전개를 우려하는 소련을 달래기 위해 배려했다. 사실 자유노조는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의사까지는 없었다. 지난 4월 범국민 원탁회의에서 합의된 기본정치구도는 자유노조가 참가하는 부분적 자유선거, 공산당 주도의 정부구성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총선에서 자유노조가 신설 상원을 완전 장악하고, 하원에서 전체의석의 35%를 차지하는 거대한 세력으로 등장함으로써 상황은 달라졌다.
자유노조가 일단 정치권 안으로 들어온 이상 현재폴란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상황에 대처하는 공산당 정부의 방안은 구태의연한 것이었다. 야루젤스키대통령-키슈차크수상-라코프스키 공산당 제1서기로 이어지는 새 정치구도는 기본적으로 계엄령 당시 폴란드의 군인통치구조와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자유노조는 이의 시정을 요구했으며, 마침내 그 동안 공산당의 들러리 역만을 맡아온 통일농민당·민주당과 힘을 합한 비 공산 연정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상황으로선 자유노조가 폴란드에 비 공산연정을 세운다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위로 외교·국방의 최고권력과 의회해산권을 가지며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야루젤스키대통령이 자리잡고 있으며, 국내적으로 군부와 공산당 및 정부의 보수세력들의 압력이 있다.
외부적으로는 최근 들어 비록 사회주의국가들의 자결권을 인정한다고 표방하고있긴 하지만 과연 소련이 폴란드가 동유럽블록에서 이탈하는 행동까지 용납할까하는 의문이 있다. 최근 소련의 타스통신은 바웬사의「정치적 모험주의」를 비난하는 경고성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자유노조가 이끄는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국민들에게 더 많은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합리적 해결방안은 역시 폴란드의 모든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대 연정뿐이다. 비 공산당출신이 수상을 맡고 신망 있는 인물을 경제각료로 앉히고「민감한 자리」인 내무상과 국방상만을 공산당에 맡기는 안이 바로 그것이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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