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선하더라도 공명살려야....."|유권자 깔보는 정치풍토에 분노|돈·지연탈피못하면 민주화 아득|영등포을 타락·폭력사태를 보는 각계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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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등포을재선거 폭력사태에 해당지역 유권자는 물론 각계인사들로부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장래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폭력조장 정치인이 사라지지 않는한 선거는 무의미하다는 지적과 함께 몇번을 무효화하더라도 이번 선거는 떳떳하게 치러질 때까지 계속해야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정복씨 (서울대 정치학과교수)=선거는 정치집단에 있어서는 누가 당선되느냐의 문제이지만 민주주의발전의 차원에서 보면 국민에 대한 민주적 교육의 산배움터다.
이런 점에서 유세장 폭력을 조장한 후보야말로 민주주의를 할수 없는 정치인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필요하다면 아예「선거무효선언」과 같은 극약 처방을 쓰더라도 불법· 폭력선거는 뿌리뽑아야한다.
◇이철순씨(29·서울대대학원정치학과)=영등포을 재선거는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타락한 선거라는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적 선거를 치러보려한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의 기대를 집중시켰다고할수 있다.
그러나 현재 빚어지는 불법·타락·폭력선거양상은 유귄자와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1노3금 비판의 장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여소야대의 현정국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도 있다고 보여지는데, 이 추세로 나간다면 제도권정치 전반에 대한 정치적 냉소주의가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정치 자체가 실증될 우려도 없지 않다.
◇김창규씨(56·교사)=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견이나 정파의 차이를 감정적증오로까지 연결시키는 우리 정치의 해묵은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한 재선거가아니라 재재선거를 하더라도 다원주의적 민주정치는 기대할수 없다.
돈과 봉건적 지연에 따라 움직이는 유권자의 각성및 언론등 여론형성기관의 올바른 비판척·계도적기능의 회복이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키워낼수 있을것이다.
◇최병석씨 (49·호텔경영·서울응봉동대림아파트) 4·19이후 나타났던 우리 정치의 질적 낙후성을 보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정치인 둘이 매사에 솔직하지못하고 이런 폭력 의존 정치풍토가 계속되는한 해방이후 4O여년동안 쌓아올린 국가발전의 공든 탑이 무너진다. 폭력선거를 뿌리뽑을수 없다면 직접선거를 포기하고 간접선거를 생각해봐야 한다.
◇윤도순씨 (30·정당인)=현행선거법이 선거운동을 너무 제한하고 있어 탈법선거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폭력은 유세장이나 선거운동과정에서의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매수·금품수수등 불법·탈법선거운동도 선거폭력으로 척결돼야한다.
◇길홍근씨(29·공무원)=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남의 의사개진을 봉쇄하는 구습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선거폭력은 바로 이런 문화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발표할수 있는 정치인이 아쉽다. 그럴때만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것이다.
◇최상규씨 (35·상업·서울가락동가락아파트)=공개된 장소에서의 합법적 집회가 집단폭력으로 얼룩지는 사태에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부끄러워할줄 알아야한다. 국민을 너무 쉽게 보는 그런 정치인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영등포을 선거유세장은 국회의원선거 유세장이라기보다 싸움터에 와있는 기분까지 든다.
◇유양식씨 (36·회사원·서울신길7동)=유세장은 온통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과 그 혼동을 구경하러온 사람들뿐 진정 정견을 들으러 온 사람은 없어 우리의 정치문화수준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이런 무질서의 근본 원인은 상대편에게는 「법대로」를 강요하면서 자신들은「당선」 에 혈안이 된채 그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후보들의 사고방식에 있는 것 같으며 유세장 폭력에서 불법선거의 극치를 보게돼 과연 투표를 해야되는 것인지, 선거는 있어야하는 것인지를 의심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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