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교도소 HIV 감염자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방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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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법무부에 HIV감염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 등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교정기관에 관련지침을 전달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법무부에 HIV감염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 등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교정기관에 관련지침을 전달할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교도소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이하 HIV) 감염자만 따로 모아 방을 쓰게 하거나 감염 사실을 무분별하게 노출해선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법무부에 이런 내용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주문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해 각 교정기관에 알릴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원인병원체다. 인체 내에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를 찾아내 그 안에서 바이러스를 키우고 면역세포를 파괴한다. HIV는 감염된 사람의 모든 체액에 있다. 특히 혈액·정액 등에 바이러스가 많다. 위험한 성관계나 주사바늘로 감염된다. HIV에 감염되면 길게는 수년 사이 에이즈에 걸린다. 성인은 약 10년의 잠복기를 거친다.

“인권침해” VS “예방과 치료 목적” 

HIV 감염수용자들이 교도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교도소에 올 때부터 격리 수용됐고, 감염자들만 따로 생활하는 공간에 ‘특이환자’라는 팻말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또 “교도관·청소 도우미·동료수용자들에게 HIV 감염 사실이 무분별하게 노출됐고, 일반수용자들과 시·공간이 분리되어 운동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며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도소 측은 “의무관의 의견에 따라 감염병 확산을 막고 치료를 위해 분리수용은 있었지만 의도적인 격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의료 수용동 거실 출입문 위쪽에 ‘중증환자’ ‘일반환자’ ‘특이환자’라는 팻말을 붙인 건 “교대근무 과정에서 수용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거부감이 든다는 수용자들의 이의 제기에 팻말을 없앴다”고 밝혔다. 이 밖에 “감염수용자의 구체적인 병명 노출은 없었으며 함께 수용된 수용자 지인 등을 통해 감염사실이나 병명이 알려졌을 개연성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피해자들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교도소는 피해자들이 수용된 후 지금까지 HIV 감염자들만 같은 방에 모아놓고 생활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의료수용동 청소도우미들은 업무 인수과정에서 이전 업무자들에게 피해자들의 병명을 전해 듣거나 교도관의 업무보조 과정에서 HIV 감염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피해자들의 주장대로 감염수용자들은 운동시간에 일반수용자들과 시·공간이 분리된 채 운동장을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 HIV 관리지침’에 따르면 ▶HIV 감염자가 사용한 물건에 단순 접촉▶음식 공유▶서로 만지고 껴안고 악수를 하는 등의 신체적인 접촉 ▶같은 방을 사용하거나 공공시설 공유▶수건이나 옷 등을 같이 쓰는 경우에는 HIV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 이런 이유로 감염자를 차별·격리해선 안 된다.

“기본권 침해 재발방지 방안 마련” 권고

인권위는 교도소가 감염수용자를 부분 격리수용하고, 공동생활에서 제외한 행위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헌법 제10조)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의 HIV감염사실이 동료수용자 등에게 노출되는 사생활 침해(헌법 제17조)도 발생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교도소에 HIV감염자들이 과도하게 기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받지 않을 방안을 마련하고 유사사례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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