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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대법 판결 억울···법적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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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문화재청과 만나는 배익기씨 

경북 상주시 낙동면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배익기씨. 김정석 기자

경북 상주시 낙동면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배익기씨. 김정석 기자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56)씨가 최근에 나온 대법원 판결을 두고, 재심이나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17일 오전 본지와 통화에서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 즉 문화재청에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변호사와 재심, 무효소송 등 법률적으로 해볼 게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씨, 17일 문화재청과 만날 예정 #"문화재청 측 이야기 들어봐야" #"억울한 측면있어 변호사와 상의"

지난 11일 대법원은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를 기각했다. '상주본의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지 않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배씨는 상주본을 회수하는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날 최종 패소했다. 상주본 소유권이 문화재청에 있다는 사실을 대법원이 확인한 셈이다.

배익기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일부분. [배익기씨 제공]

배익기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일부분. [배익기씨 제공]

배씨는 "지난 16일 문화재청 측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17일 오후 사무실로 찾아올 것으로 안다. 뭔가 달라진게 있는지 먼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겠지만, 기존처럼 상주본 회수만 주장하면 달라질 게 없다. 갑자기 내어달라는 것인데, 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0억원을 주면 상주본을 내어주겠다고 한 것은, 대법원 판결이 있기 오래전부터 해온 주장이다.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인데, 현실적으로 1000억원이 가능한 금액은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얼마를 달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상주본 사례금 1000억원은 그가 문화재청이 상주본 가치를 최소한 1조 이상 간다고 본 것을 기준으로 두고, 10분의 1 정도 가치로 정해 주장하는 액수다. 상주본의 행방에 대해선 배씨는 "상주본이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느냐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17일 대법원 판결 후 처음으로 배씨와 만나는 문화재청 측은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집행 등으론 상주본 행방을 아는 배씨에게 답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회수가 계속 안 된다면 문화재청 측은 독촉 공문을 보내고, 최종적으론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훼손과 분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때 일부 훼손됐다. 배씨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상주본을 꺼내왔고 이후 자신만이 아는 곳에 상주본을 보관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주 훈민정음을 보유하고 있는 배익기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중 한 장. [중앙포토]

상주 훈민정음을 보유하고 있는 배익기씨가 공개한 훈민정음 해례본 중 한 장. [중앙포토]

고서적 수집가인 배씨는 2008년 한 방송을 통해 자신이 상주본을 갖고 있다고 처음 알렸다. 하지만 골동품 판매업자 조모(2012년 사망)씨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기나긴 공방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고 판결했지만 배씨는 상주본 인도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구속(2014년 대법원 무혐의 판결)되기도 했다. 조씨는 사망하기 전 상주본을 서류상으로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씨에게 상주본 인도를 계속 요구 중이다.

상주본은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판본이면서 표제와 주석이 16세기에 새로 더해져 간송본보다 학술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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