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중 인정된 양심적 병역거부…대법 “소송할 이유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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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 판결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 판결했다. [연합뉴스]

여호와의 증인 신도 100여명이 병무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다 상고심 중 대법원 판례가 바뀌면서 소송이 끝나게 됐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강모씨 등은 2015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입영ㆍ소집 통지서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군대에 가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병무청은 2016년 12월 절차를 거쳐 이들을 포함한 병역 의무 기피자 237명의 인적사항을 병무청 홈페이지에 실었다. 병역법 제81조2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ㆍ소집 등에 응하지 않으면 인적사항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강씨 등은 이 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병무청의 신상 공개 결정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아닌지를 주로 따졌다. 1심이 선고된 2018년 2월, 2심이 선고된 그해 6월까지만 해도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는 병역법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은 행정소송의 대상 된다고 판단했지만 “원고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양심 실현의 자유가 병역 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반드시 우월한 가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아예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강씨 등은 상고했다.

그런데 상고심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8년 11월, 큰 변화가 생겼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례를 바꾼 것이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매년 약 600명 내외 발생하는 현황과 우리나라의 경제력ㆍ국방력ㆍ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춰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해서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새로운 판결을 내리고 그 이전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바꾼다고 명시했다.

약 보름 뒤, 병무청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원고들의 인적사항을 삭제하고 이를 원고들에게 알려줬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판례가 바뀌었고, 병무청장이 당초 처분을 취소했으므로 더는 소송을 할 이유가 없다”며 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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