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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지’ 김세영 통산 9승, 다음은 메이저 첫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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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바지를 입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9승을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LPGA 마라톤 클래식 우승 #합계 22언더파, 톰슨 2타차 제쳐 #5월 메디힐 우승 이후 시즌 2승째 #다음 주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

김세영(26)이 15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합계 22언더파로 우승했다. 렉시 톰슨(24·미국·20언더파)을 2타 차로 제쳤다. 지난 5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두 달 만에 시즌 2승을 달성했다. 고진영(24), 브룩 헨더슨(22·캐나다), 박성현(26)에 이어 시즌 네 번째 다승자다. LPGA투어의 한국 선수들은 시즌 9승을 합작했다. 우승 상금 26만2500달러(약 3억1000만원)다.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 이후 김세영은 부진했다. 지난해 LPGA 72홀 최소타 기록(31언더파)을 세웠던 손베리 크릭 클래식에서마저 공동 49위에 그쳤다. 반등의 계기가 필요했던 그는 이번에 이를 악물고 쳤다. 3라운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가 무려 323야드였다. 특기인 송곳 아이언 샷으로 그린 적중률(79.16%)로 높았다. 대회 내내 퍼트도 안정감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최종 라운드였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시작한 김세영은 7~11번 홀에서 다섯 홀 연속으로 버디를 성공시켰다. 신들린 듯한 퍼트였다. 이번 대회 평균 퍼트 수가 26개이다.

홈 갤러리의 응원을 등에 업은 렉시 톰슨과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했지만, 김세영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김세영은 “렉시의 팬들이 많았지만, 나도 많은 응원을 받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실수 없이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빨간 바지를 입었던 최종 라운드 연장전에서 ‘백전백승(4전 4승)’을 자랑해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번 대회에선 연장 승부는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기량으로 또 다른 ‘빨간 바지의 마법’을 펼쳐 보였다.

김세영은 2015년 LPGA 무대에 데뷔한 이래 매 시즌 1승 이상 꾸준히 거뒀다. 어느새 LPGA 투어의 한국인 선수 중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우승한 선수가 됐다.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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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길을 끈 점은 김세영이 박세리의 텃밭과도 같던 무대에서 통산 9승을 거둔 점이다. 박세리는 마라톤 클래식에서  1998~99, 2001, 03, 07년 등 5차례 우승했다. 이 대회 최다 우승 선수다.

경기 후 미국 취재진이 “박세리 뒤를 이어 당신 이름이 우승자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김세영은 “세리 언니와 함께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게 매우 영광스럽다. 언니는 내 우상 중 하나고, (언니로부터) 큰 영감을 얻었다”며 “언니의 커리어를 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세영이 바람을 이루려면 이뤄야 할 숙제가 있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아직 그는 메이저 우승이 없다. 박세리(5승), 박인비(7승), 신지애(2승) 등 김세영보다 LPGA 우승이 많은 선수는 모두 메이저 정상에 섰다. 김세영과 통산 우승 타이인 최나연(32)도 2012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김세영은 지난 연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큰 목표는 메이저 대회를 하나하나 정복해서 언젠가 그랜드슬램(메이저 4개 대회 우승)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앞서 치른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선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김세영은 25일부터 프랑스 에비앙르뱅에서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 다음 달 1일 영국 밀턴 케인스에서 개막하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해 메이저 첫 승과 통산 10승을 노린다. 그는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를 각각 기록했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좋은 기운을 가져가 메이저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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