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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장악 세종시의회도 “보 해체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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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세종시를 흐르는 금강에 설치한 세종보. 2017년 11월 보를 개방한 이후 강에 물이 마르고 주변에는 잡물만 무성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를 흐르는 금강에 설치한 세종보. 2017년 11월 보를 개방한 이후 강에 물이 마르고 주변에는 잡물만 무성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금강과 영산강 보(洑)주변 지방의회와 지자체에서 보 해체를 반대하거나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시의원 18명 중 17명이 여당 소속 #이춘희 시장 “상시 개방 유지” #공주·나주도 보 철거 강력 반발 #물관리위원회 이르면 9월 결정

세종시의회 서금택 의장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세종보 존치와 해체라는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결정을 서두르기보다 여러 방안을 놓고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 의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입장문은 세종시 의원 전원의 의견을 모아 발표한 것”이라며 “당장 보를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시의원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의회도 사실상 정부의 보 해체 방침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세종시의원 18명 가운데 서 의장을 포함해 17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1명만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그는 세종보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한 다각적인 재검토를 주장했다. 서 의장은 “세종보는 여닫을 수 있는 가동보로 만들었기 때문에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며 “여름에는 보를 열어 수질을 개선하고 겨울에는 물을 가둬 친수공간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다른 4대강 보와 달리 세종보는 노무현 정부 때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건설됐다”며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 세종보를 다시 많은 돈을 들여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지 고민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지난 3월 22일 세종시 태평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환경부 주최 세종보 처리방안 지역주민 설명회에서 시민이 세종보 해체 반대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22일 세종시 태평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환경부 주최 세종보 처리방안 지역주민 설명회에서 시민이 세종보 해체 반대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춘희(더불어민주당) 세종시장도 지난 5월 2일 “세종보 해체 여부는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세종보는 지금처럼 상시 개방 상태를 유지해도 보 해체와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더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면 도시 유지관리에 필요한 용수 확보 방안 등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종시는 2017년 11월 이후 보가 단계적으로 개방되면서 강 수위가 낮아지자 임시 대책으로 2억 원을 들여 양화취수장에 자갈보를 만들었다. 자갈보는 지난해 여름철 집중 호우에 유실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세종보 개방에 따른 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별도의 취수시설을 준비 중이다.

세종보는 당초 노무현 정부가 건설 계획을 수립했으며, 2011년 1864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보 안에 물을 담아 도시 경관을 살리고, 하천 주변에 오토캠핑장 등을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제공하자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충남 공주시의회와 전남 나주시의회 등도 금강 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 해체에 반대하고 있다. 공주시의회는 지난 2월 26일 시의원 12명 만장일치로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절대다수인 나주시의회도 최근 ‘영산강 죽산보 해체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다.

나주시도 지난 4월 환경부에 ‘죽산보 해체 반대가 주민 여론’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주민들은 농업용수 확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보 해체보다 존치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주시가 20개 읍·면·동 전체에 공문을 보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다수가 보 해체를 반대했다.

앞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 2월 22일 금강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의 해체를 권고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9월께 이들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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