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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그은 '한·일 레드라인'···"군사협정 흔들지 말라" 경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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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12일 백악관 앞에서 "미국 측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다"며 "중재는 미국이 선뜻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12일 백악관 앞에서 "미국 측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다"며 "중재는 미국이 선뜻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 갈등으로 인해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한ㆍ일 양국에 사실상 경고했다. 15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을 위해 지난주 워싱턴을 찾은 외교부 방미 대표단에 미 정부 인사들은 “지소미아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 측 인사들은 “경제 분야 갈등으로 어떤 경우에도 안보 분야가 교차오염(cross contamination)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알렸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경제 갈등으로 안보에 교차오염되면 안 돼" #미국 측 인사들, 방미 대표단에 생각 알려

앞서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차관보급) 등 대표단은 지난 11~13일 워싱턴을 방문해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관계자, 미 재계 인사 등을 접촉했다.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한ㆍ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상대에게 제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이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갱신하며, 연장을 원하지 않는 쪽이 협정 만기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데 다음 달 24일이 90일 전이다. 지소미아는 한ㆍ일간 군사정보 공유가 일차적 목적이지만 기존의 한ㆍ미 협력, 미ㆍ일 협력에 이어 한ㆍ일의 축을 더하며 삼국 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실질적 조치다. 따라서 미국이 지소미아를 콕 짚어 거론한 것은 경제 문제로 싸우다가 한ㆍ미ㆍ일 삼각 협력까지 걷어차선 안 된다는 ‘레드라인’을 양국에 제시한 셈이다.

미측 "어느 한쪽 편들기 어려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윤 조정관 일행을 만난 미 백악관 안보실과 국무부 인사들은 현재 상황이 악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적극적으로 공감했다”고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측은 “(한ㆍ일 간 갈등 악화를 막기 위해) 어떤 합당한 역할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 행정부 인사들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미국에 가장 가까운 맹방, 동맹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 편을 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솔직한 의견도 내놨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 역할을 하거나 관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관여 필요성에 대해서는 만난 인사들이 모두 동의했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최근 미국이 한ㆍ미ㆍ일 고위급 협의를 조율했는데 일본이 준비되지 않아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조정관은 미 행정부 인사들에게 “한국은 긴장이 더 고조되고 상황이 악화해 양측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러니 미국이 관여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미 측은 특히 한ㆍ일 갈등으로 제3자가 이익을 본다는 윤 조정관의 ‘중국 어부지리론’에 공감했다고 한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했다며 전략물자가 한국을 통해 북한 등으로 반입된 것처럼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한ㆍ미 간 의견 교환이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우리뿐 아니라 미국에도 관련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미 일본대사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국무부를 접촉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설명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 알렸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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