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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괴담' 누가 왜 퍼 나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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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터넷에서 FTA의 부정적 효과를 과장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FTA를 지지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 간혹 토론게시판에서 FTA 찬성 의견을 개진하면 '수구보수''노빠(FTA를 추진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라고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점령=사이버 공간의 FTA 반대 여론은 FTA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한 KBS와 MBC의 기획프로가 최근 방영된 직후 높아졌다. 일부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FTA 반대 논리를 담은 글.이미지.동영상 등을 복사해 다른 사이트로 옮기는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FTA와 관계없는 월드컵이나 연예인 기사 등 네티즌들의 조회 수가 높은 기사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반대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

네티즌들이 퍼다 나르는 콘텐트는 미디어문화행동 등의 시민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온라인 행동''살포하자! 글' 등의 게시판 메뉴를 만들어 놓고 퍼다 나를 콘텐트를 올려 놓았다. "미션! 3일간의 포털을 점령하라"는 등 선동적인 제목의 글을 올려 놓고 미니홈페이지 사진 바꾸기, 인터넷 카페에 글 남기기, 온라인 서명 참여하기 등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작성해 놓고 있다.

◆ 감기약이 10만원? =FTA 반대 진영의 주요 주장은 주로 멕시코.캐나다.볼리비아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실패 선례를 들거나 KBS.MBC의 프로 내용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 감기약 한 봉에 10만원이 된다''관세 없이 수입되는 외제차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망한다''전화 한 통 걸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는 등의 과장된 주장을 펼친다. 근거가 약하지만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충동적 경각심을 일으킬 만한 소재들이다. 서강대 전준수(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는 위기에서 무너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남미 국가와 구별돼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패배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진취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이 반대 논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영화 배우 문근영 관련 기사에 '위험한 FTA'라는 제목의 댓글을 단 네티즌은 "나도 이게 옳은 얘기인지는 잘 모르고 그저 관심을 늘리기 위해 글을 퍼다 날랐다"고 밝혔다.

숭실대 배영(정보사회학) 교수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자기의 주관 없이 쉽게 정보를 '컷 앤드 페이스트(인터넷 글을 그대로 복사해 퍼 나르는 것)' 방식으로 전파할 수 있다"며 "사이버 활동에 적극적인 소수 네티즌들에 의해 여론이 과대 포장되는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홍보는 어디로?=정부는 6월 1일부터 38억원을 들여 한.미 FTA를 알리는 TV 광고를 제작해 방영했지만 한 달 만에 광고를 내렸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불분명한 데다 광고 효과도 불분명하다는 내부 의견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네티즌들에게 한.미 FTA를 홍보하기 위해 '한.미 FTA Talk! Talk! 라운지'라는 홈페이지(fta.news.go.kr)를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게시판이나 토론방에는 FTA 반대 논리를 펴는 글 일색이다. FTA 관련 논란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미 FTA 오해와 진실'코너는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자료가 대부분이다.

권호 기자
유은영 대학생 인턴기자(숙명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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