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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시험 유출·재시험…광주교육청 "3년간 국·영·수 감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은 지난 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말고사 수학 문제 일부가 유출된 광주 한 사립고교에 대해 교육청 측의 엄정한 대처와 보완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은 지난 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기말고사 수학 문제 일부가 유출된 광주 한 사립고교에 대해 교육청 측의 엄정한 대처와 보완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입시 명문으로 알려진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고등학교가 '시험 문제 사전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3학년 기말고사 수학 문제 일부가 상위권 학생이 많이 가입한 학내 동아리에 나눠준 유인물에서 출제된 것으로 확인돼서다. 재시험까지 치렀지만, 다른 과목과 다른 시기 시험까지 불똥이 번지는 모양새다. 교육청도 조사에 나섰다.

광주 모 사립고, 수학 문제 유출 논란 #수학동아리에 미리 준 유인물과 같아 #시교육청 "다른 시기·과목 시험도 조사" #상위권 학생 '내신 몰아주기' 확인 취지 #학교 "조직적 성적 관리 없었다" 부인

광주시교육청은 14일 "시험 문제가 유출된 모 사립고교에 대해 최근 3년간 국어·영어·수학 등 3개 과목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감사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내신을 특별히 관리하는 이른바 '내신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치러진 이 학교 3학년 기말고사 수학 과목 21문제 중 5문제가 수학동아리 학생에게 나눠준 유인물 '수학문제풀이'에서 출제됐다. 학교 측은 '문제 유출 의혹'이 일자 "문제를 변형해 출제했다"고 해명했지만, 교육청 감사 결과 똑같은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된 문제는 객관식 3개, 서술형 2개 등 총 5개로 총점은 26점이었다. 광주시교육청 감사 결과 이 학교 수학교사는 이들 문제를 5월 중순과 하순 두 차례에 걸쳐 유인물 3장(90문제)에 담아 수학동아리 학생 31명에게 나눠줬다. 수학동아리 31명 중 30명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성적 우수자들이었다. 학생들이 미리 받아 본 5문제는 한 문제가 주관식에서 객관식으로 바뀌었을 뿐 질문 내용은 물론 조건과 숫자까지 실제 기말고사 문제와 똑같았다는 게 광주시교육청 설명이다.

문제가 된 5개 문항은 내신 1, 2등급 학생들도 풀기 힘든 문제로 실제 동아리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기말고사를 마친 한 학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같은 반 학생이 실제 출제된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든 유인물을 보여줘 모든 학생이 충격을 받았다"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지난 9일 수학 시험 문제 5개를 다시 출제해 재시험을 치렀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8일부터 직원 20명으로 감사반을 구성해 이 학교에 대한 특별 감사를 하고 있다. 최근엔 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시험 성적표와 답안지 등도 분석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이번 기말고사뿐 아니라 다른 학년, 다른 시기 시험에서도 상위권(심화반) 학생들만 사용한 교재에서 시험 문제가 나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시교육청은 학교 측에 교재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해당 학교가 거둔 입시 성적 배경에는 수준별 이동 수업과 심화반 운영 등 학교 측이 상위권 학생들에게 학습 편의를 봐준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는 '입시 성적이 좋다'고 소문 난 곳이다. 매년 10명 안팎이 서울대, 100여 명이 수도권 대학에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비판도 거세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에 "특정 학생을 위해 학교 측이 시험 문제 출제 권한을 남용했는지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학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위권 학생들이 주요 대학 진학 의지가 강해 결과적으로 성적 차이가 났을 뿐 학교 차원의 성적 조작이나 의도적 차별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던 부분은 잘못된 일로 질책받아 마땅하다. 수준별 이동 수업과 심화반 운영 등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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