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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웨이 보복 시작했다…“대만에 무기 판 美기업 제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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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 해병 제1탱크 대대에 배치된 M1A1 에이브럼스 탱크. 대만에 108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제너럴 다이나믹스 홈페이지]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 해병 제1탱크 대대에 배치된 M1A1 에이브럼스 탱크. 대만에 108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제너럴 다이나믹스 홈페이지]

“국가 이익 보호를 위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기업을 제재하겠다.”
지난 12일 밤 중국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 문답 형식의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에 제재를 공언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부지를 제공했던 롯데와 단체관광 금지 등 한국을 겨냥했던 사드 제재가 비공식적이었던 것과 비교해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의 ZTE와 화웨이를 제재하고, 일본이 한국을 제재한 데 이어 동북아에서 제재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중국판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제도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 제재가 외교적 갈등을 푸는 도구로 전락하면서 ‘제재의 일상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겨냥한 미국 제재 기업 리스트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선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탱크 108대를 판매하기로 한 제너럴 다이나믹스를 꼽았다. 중국 부호들이 선호하는 개인용 제트여객기 걸프스트림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3억 달러(약 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중국 판매가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스팅어 대공미사일 254대를 판매할 예정인 미국 기업 레이시온이 합병을 추진 중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도 제재 리스트에 오를 전망이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는 중국에 항공기 엔진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 11개 도시에 2500건 이상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공급한 오티스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M1070A1 중장비 수송 트레일러를 제작한 오시코시는 중국 30여 개 공항에 소방차량과 베이징 공항에 제설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팡중잉(龐中英)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자국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제재에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당해왔다”며 “이제 베이징이 천천히 제재 사용법을 배우려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지적했다. 팡 교수는 “중국이 곧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블랙리스트’ 제도가 제재와 연결돼있다”고 덧붙였다.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제도’는 지금 관련 절차를 진행 중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만은 중국의 경고를 일축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그처럼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이웃은 필요 없다”며 중국의 제재 위협을 일축했다. 12일(현지시간) ‘자유와 민주를 영원히 지속하기 위한 여행’으로 명명한 카리브해 수교국 순방을 위해 뉴욕을 경유한 차이 총통은 컬럼비아대학 연설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SCMP가 보도했다.
한편 중국중앙방송(CC-TV)은 13일 밤 국제예평(銳評)이란 칼럼을 내고 “중국의 국가 주권, 통일, 영토 완전과 안보에 도전한 기업과 개인은 최종적으로 자신의 근시안적 행위에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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