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식수를 되찾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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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즈음 며칠동안 수도물을 둘러싼 여론이 비등하면서 정부의 이에 대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있으나 그 실효성에 있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지금까지 보도된 대책을 간추려보면 오는 92년과 96년까지 단계적으로 상수원 지역에 80여개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등 장기적인 수도물 개선 계획에 4조5천억원을 투입하도록 돼 있다. 이와 병행해 당장 실시할 대책으로는 특별 단속반을 편성해 폐수를 방류하는 업자를 구속하거나 업소를 폐쇄하는 등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먼저 우리는 하수처리장 확장 건설 계획이 과연 미래 지향적인 안목과 예측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 의문의 근거로는 한강 종합 개발 계획의 선례를 들 수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87년 말 서울의 안양·난지·중랑· 탄천 하수처리장이 완공, 가동되기 시작했을 때 정부는 서울이 하수 1백% 처리 시대가 시작됐다고 큰소리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한강의 수질은 노량진 부근을 기준 해 수영이 가능하고 2급 상수원으로 쓸 수 있다고 호언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팔당의 수질이 겨우 2급 상수원에 이르고 다시 처리장을 추가 건설해야 한다는 비명이 나오게 됐으니 웬일인가. 4조원 이상을 투자한 새 대책이 완공될 96년 시점에 가서 다시 무슨 사태가 날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단속과 처벌의 강화로 실효를 거두겠느냐 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 구석은 있다. 지금까지 상수도 오염 문제가 나올 때마다 있어 왔던 「강력 단속」「엄벌」이 실현성 없는 엄포에 그쳐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과성의 「푸닥거리」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불신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과 단속의 실천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하수 처리가 맞아떨어진다 해도 처리장이 완공되는 96년까지는 계속 부적합한 수도물을 마셔야만 하는가. 폐수 방류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라는 종래의 방법만으로는 상수원을 깨끗하게 하는 보장이 못된다. 단속과 처벌이란 공해 배출이 있고 난 다음의 사후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배출 자체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대책의 역점이 집중돼야 한다.
물론 공해 방지 시설을 형식적으로 갖춰놓고도 가동하지 않는 악덕업자에게는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된다. 동시에 경제력이 없어 시설 자체를 못 갖는 영세 업체에 대해서는 재정 또는 금융적 지원까지도 검토해 볼 문제다.
하수 처리 시설 보다 더 급한 것은 오염원의 봉쇄와 오염도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다.
환경 개선의 책임을 모두 기업에만 전가하는 것도 잘못이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국민들, 자기 주변의 환경 파괴를 보고도 외면하거나 묵묵히 참고 견디기만 하는 국민 각자의 책임도 크다.
산하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도 상수원의 오염 요인이며, 폐수 방류를 눈감아 버리는 것은 국민 된 도리와 의무의 포기다. 국민들의 각성과 참여도 수질 보호 대책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임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행동할 때 맑은 식수는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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