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탈리 칼럼

정녕 이대로 지구를 포기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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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지도자들은 이제 노련하고 치밀하게 작성된 보도자료로 체면치레하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우리를 위협하는 환경적·사회적 재앙을 피하고, 2050년에는 모두가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는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다.

G20 정상 모여 서로 딴 소리만 #환경 재앙 막으려는 의지 실종

정상회의 동안 일부 지도자들 사이에서 나타난 모순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없었다.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재차 확인하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을 호소하는 프랑스가 있었는가 하면, 이보다 무엇이 더 필요하냐는 듯 자국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 설명에 만족하는 브라질이 있었고, 세계적 사회·기후 쟁점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자국의 경제 문제만 내세우는 미국이 있었다.

또한 그곳에 모인 지도자들 가운데 끔찍한 재앙의 도래가 임박했음을 아는 이들, 그런데도 진정으로 아직 그 재앙을 피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보려는 관찰자들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합당한 대책들은 이미 오래전에 수립됐다. 우선 전 세계적 차원의 정기적이고 계획적인 탄소 가격 인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로써 석탄과 셰일가스 외 화석연료 이용의 점차적 감소가 가능해질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쓰레기 재활용·생태계 다양성 보호 관련 활동 진흥과 혁신, 농업·사회·보건·교육 분야 개혁, 이러한 일에 걸맞은 조세 정책과 취약 계층 보호 장치 마련 또한 대책 리스트에 포함된다.

이 모든 대책 실행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10년 전부터 지속하고 있는 금리 인하로 세계적으로 굳어 있는 돈(유럽에만 1500억 달러)이 있고, 이 금액은 향후 5년간 더 늘어날 것이다. 위에 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원 지출 능력이 있고, 지출 의무가 있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에 막대한 자금이 있기도 하다.

대책들은 구체적 정책에 따라 전 세계적, 각 대륙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후·교육·보건·양성평등·대기 및 수질 오염·주거·도시·농업 측면에서 실행할 일도 명시돼야 한다. 유엔에서 합의한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라·도시·기업이 다음 세대의 이익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세계적·대륙적 차원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설령 유럽이 2050년 이전에 환경적 측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상태가 된다, 2050년의 유럽연합은 더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배출 쓰레기 100%를 재활용한다, 희소 자원을 전혀 낭비하지 않는다, 가장 엄격한 규제를 채택한다고 해도, 중국·인도·미국이 함께 하지 않는 한 지구 환경 변화의 흐름을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실제로 행해지는 것이 없고, 노력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회의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신 개최된다. 올해만 해도 지난달 오사카 G20 정상회의가 있었고, 8월에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G7 정상회의, 9월에는 뉴욕에서 유엔총회, 12월에는 칠레에서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적어도 204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에 따라 설정 목표와 수단과 실행 일정이 있고, 과업 실행 현황을 매년 점검받는 완벽하게 공개된 정책이 유엔 총회에서 도출되지 않는다면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된다. 점점 더 늘어나는 시위와 새롭게 등장하는 매력적인 기술에 의존하는, 불확실한 구원에 인류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반세기 전에 달에 가기 위해 했던 일을 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 바로 그것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