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노인회 한문서당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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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루황…』
옛날 한적한 시골서당에서 들을 수 있던 천자문을 읽는 학동들의 낙랑한 소리가 요즘 부천시내 곳곳의 아파트숲속에서 은은히 울려퍼지고있다.
부천시 약대동 181 약대주공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무료한문서당에서 고사리같은 국교생 1백30여명이 매일 오전 9시부터 훈장 박룡출씨 (69·전직교사) 의 가르침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무더위에도 아랑곳않고 한문공부에 여념이 없다.
또 같은 시각 원미2동사무소 2층 회의실에 설치된 원미2동 노인회 서당에서도 국교생 60여명이 훈장 유병옥씨 (69·노인회부천중구지부 사무국장) 의 선창을 따라 한문 익히기에 열심이다.
이번 여름방학중 부천시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료 한문서당은 모두 13군데, 학생수는 남녀국교생 6백여명.
부천에 무료서당이 처음 문을 연것은 약대주공아파트 노인회 (회장 윤병두·65) 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수 없을까하고 숙의끝에 86년여름 한문과 전통예절을 가르치면서부터 특히 교직에 몸담았던 박룡출씨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어린이들을 가르친것.
부산에서 실내장식업을하다 지난85년 이곳으로 이사온 박씨는 자신이 어린시걸 서당을 다닌 겅험을 되살려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한것. 박씨는 지난6월초 약대동에서 1k떨어진 삼정동으로 이사간 뒤에도 서당아이들과 정이 들어 요즈음도 매일 걸어서 오가며 아이들교육에 여념이 없다.
노인회의 이같은 노력이 그후 여름·겨울방학때마다 지속되고 학부모·학생들의 호응이 높아져 훈훈한 미담이 시내에 번졌다.
노인들의 이같은 미담이 알려지자 시에서도 올부터 서당운영 적극 지원에 나서기 위해 방학중 무료 서당운영을 특수시책으로 설정, 1개동당 1개서당씩 운영키로하고 부천시노인회와 협의해 이번에 장소·인력확보가 가능한 13개를 운영하게 된것.
이에 따라 시는 서당운영의 내실을 위해 교본「국민학생 한자공부」(H출판사발간) 를 예산으로 구입, 학생들에게 무료로·나눠주었고 서당마다 칠판도 한개씩 지원했다.
서당규모는 적게는 25명 (심곡동·오정동)에서 많게는 1백30명 (신흥1동·원미동)이나 되며 전원 자원봉사자인 훈장도 서당별로 1명에서 많게는 5명이나 된다.
운영기간도 10일에서 30일등 서당별 실정에 맞게 설정돼 있다.
7월24일 개강한 약대주공노인회 서당의 생도 민기원군 (13·삼정국 6년)은 『올해 처음 한문을 배우는데 어렵기는 하지만 차츰 자신감이 생긴다』며 『무엇보다 보람있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어 뿌듯하다』 고 말했다.
또 전민주양 (12·부천국5년)은 『신문의 한자를 점점 많이 읽게돼 스스로 놀라고 있다』며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고 웃었다.
생도 못지않게 서당운영에 고마움을 느끼는 쪽은 학부모들 박승훈군 (7·부천국교1년) 의 어머니 최효숙씨 (⑾· 고대동183) 는『유치원을 운영해 나 자신도 교육에 관계하고 있지만 연세 많으신 어른들께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2세들의 지도에· 애쓰시는게 매우 고맙다』 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부천시 중구지부장 김재천씨(72) 는 『장소와 강사만 확보되면 지부산하 63개분회 모두 서당을 운영하고 싶다』고의욕을 밝히고 있다.
한편 부천시는 이번 여름방학기간 운영결과를 분석, 겨울방학때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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