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파업 첫날…출근 시간 교통대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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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부산 노포동 지하철기지창에 멈춰선 전동차들. 송봉근 기자

10일 오전 부산 노포동 지하철기지창에 멈춰선 전동차들. 송봉근 기자

“지하철 파업에도 평소와 큰 차이가 없네요.”

출근시간 평소 대비 열차 운행률 100% #나머지 시간대 70% 떨어져 시민 불편 #파업 장기화 되면 시민 불편 피할 수 없어

10일 오전 8시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을 이용해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동구 수정동으로 출근하던 시민 황모(57)씨는“어젯밤에 부산지하철이 파업한다는 긴급 재난 문자를 받고 걱정했는데 출근할 때 불편함이 없었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해 배차 시간이 더 길어지면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부산 도시철도 2호선을 이용한 구모(40)씨는“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배차로 불편을 못느꼈다”며 “만원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지하철 노조가 2년 10개월 만인 10일 오전 5시부터 파업에 돌입했지만, 교통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산교통공사가 비상 인력 등을 투입해 출근 시간인 오전 7∼9시에는 평소와 똑같은 간격으로 열차를 운행했다. 부산지하철은 필수 공익사업장이어서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필수유지 업무자 1010여명이 투입됐다. 노조 전체 조합원 3402명 중 24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출근 시간 부산지하철이 정상 운행으로 만덕터널·백양터널·범내골 일대 시내 차량흐름도 지하철 파업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부산경찰청 교통정보센터는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시간대는 열차 운행률이 평소 대비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를 넘기면서 전동차 운행 간격이 평소 6분 30초대에서 11∼12분대로 늘어났다. 휴일에는 열차 운행률이 68.9% 수준까지 더 떨어진다. 15일 이후에는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열차 운행률이 50%로 낮아져 열차 간격이 최대 25분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하철 노조원 2000여명이 10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앞광장에서 파업투쟁 출정식을 갖고 부산교통공사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하철 노조원 2000여명이 10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앞광장에서 파업투쟁 출정식을 갖고 부산교통공사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교통공사와 노조는 지난 9일 오후 3시부터 6시간가량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노조는 당초 임금인상률 4.3%보다 낮춰 정부가 제시한 임금인상률 1.8%를 제시했지만 사측은 임금동결로 맞섰다. 노조는 신규 채용 규모도 당초 742명에서 550명으로 줄였지만, 이 부분은 협상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사측은 497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실패하자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지하철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전국 어디보다 높고, 부산교통공사는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파업에 대해 시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냐”며 노조를 비판했다. 부산교통공사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은 6807만원으로 서울교통공사(6094만원), 대구도시철도공사(5670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 높다.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 지침에 따라 공무원 임금은 내년에 자동으로 1.8% 인상된다”며 “우리도 공무원과 동일한 임금인상률을 적용해달라. 올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오 시장도 내년에 임금이 1.8% 자동으로 오른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협상 재개 여부는 부산시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지하철 노조 남원철 정책기획부장은 “부산시와 공사가 교섭 재개를 제안해오면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빠르면 11일쯤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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