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시선 의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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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등포 을구 재선거에서 과열이니, 탈법이니, 타락이니 하는 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12일부터 시작되는 합동 연설회를 계기로 선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각 정당들도 총재가 직접 현지를 도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 이런 과열상이 자칫 또 어떤 불상사를 빚지나 않을는지 걱정스럽다.
벌써 금품·향응 제공이 공공연한가 하면 「당원 교육」등의 이름으로 탈법 선거 운동이 자행되고 입당 원서와 현금이 교환되는 사실상의 매수 행위까지 벌어진다는 소식이다.
타락·과열로 그토록 국민의 지탄을 받은 동해 재선거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 재선거마저 다시 이런 타락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벌써 수십번 치러 보고서도 아직 한번도 제대로 공명 선거다운 선거를 못한다고 한다면 이는 우리 국민 전체의 창피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등포 을구 재선거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공명 선거의 한 모범으로 치러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부터라도 각 후보 및 정당의 자제 및 영등포구 유권자들의 왕성한 시민 의식 발휘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보기에 이번 선거를 과열시키는 주된 원인은 각 정당들의 과잉 경쟁에 있다. 이번 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또는 정당 지지도를 판가름한다는 등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각 정당은 자금과 인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총력전을 전개함으로써 분위기를 과열시키고 있다.
이번 선거가 이런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각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잊어서는 안될 일은 유권자 16만8천명을 상대로 과열 경쟁을 하다가 자칫 4천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성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불신을 받고 있고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영등포 을구에서 이런 불신과 의심을 더욱 가중시킬 짓은 삼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의석 하나를 얻자고 무리하다가는 그나마의 신용이나 인기마저 유지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거물」들이 체면없이 선거 운동 일선에 뛰어들어 과열을 부채질하는 인상은 삼가는 것이 옳다.
우리는 각종 불법적인 선거 운동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선관위의 방침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선관위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동원해 선거 분위기를 바로잡기를 촉구한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에 문제가 있음은 알지만 그 법이 유효한 이상 그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의 불법이라도 가차없이 단속·고발함으로써 불법·탈법의 선거 운동이 발을 붙일 수 없는 선례를 마련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영등포 을구의 유권자들이 이번에 한번 본때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돈을 많이 쓰고 탈법을 많이 하는 후보가 상대적으로 도덕성이 떨어지고 인격에 문제가 있는 후보임에 틀림없다. 그런 후보야말로 보기 좋게 골찌를 시키는 것이 옳다.
전 국민의 시선이 영등포 을구에 쏠려 있음을 영등포 을구의 유권자나 후보나 정당 모두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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