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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류로 1분 만에 대출 확인? 혁신서비스라는 '대출 비교 플랫폼' 써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사의 경쟁을 촉진해서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충분하다.”(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난 5월 2일 금융위원회가 5개 핀테크 업체의 ‘대출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러 금융회사가 실제 고객에 적용하는 정확한 대출조건(금리, 한도)를 한번에 확인하고 원하는 상품을 신청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는 기존엔 없었다. ‘대출도 최저가 검색이 가능해졌다’며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고 대출비교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인 업체는 총 10곳. 이중 첫 타자로 핀테크업체 핀다가 지난 4일 상품을 내놨다. 핀다가 ‘원스톱 대출마켓플레이스’라고 이름 붙였던 서비스다. 8일 이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봤다.

약관 동의부터 결과 조회까지 3분 이내

‘핀다×혁신금융서비스 1분 안에 신청까지 일사천리’
핀다 앱에 회원가입을 하고 접속하니 이런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과연 1분 안에 될까. 시간을 체크하며 대출 신청을 시작했다. 대출조건은 여러번 조회해도 신용등급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안내가 마음을 놓이게 했다.

핀테크업체 핀다는 업계 최초로 비대면 대출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지난 4일 내놨다.

핀테크업체 핀다는 업계 최초로 비대면 대출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지난 4일 내놨다.

그런데 막상 신청을 시작하려고 하니 실망스러운 안내가 나온다. 제휴 금융사가 추가될 예정이지만 현재는 한국투자저축은행 한 곳만 이용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알고 보니 핀다는 시스템이 갖춰진 한투저축은행의 3개 신용대출 상품을 우선 탑재하고 이후 이달 안에 저축은행 1곳, 카드사 1곳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래서는 대출비교 플랫폼이라 할 수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면서 신청을 이어갔다.

대출신청은 서류 없이 진행됐다. 약관에 동의하고, 본인인증을 거치고 필수항목 5가지(연소득, 급여소득자 여부 확인, 입사년월, 고용형태, 주거소유여부)를 입력한 뒤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됐다. ‘고객님의 재직, 소득정보를 불러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더니 ‘금융사로부터 확정조건을 받아오고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금융사 조건을 받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이 들려는 순간, 결과가 떴다. 약관 동의부터 심사결과 통보까지 총 소요시간은 3분. 1분까지는 아니지만 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

건강보험 납부내역으로 대출한도 결정 

문제는 결과였다. ‘대출심사결과 거절됐습니다’라는 한 문장이 덩그러니 눈앞에 떠있었다. 재직기간 16년, 신용등급 1등급인데? 떠오르는 이유는 한 가지, 육아휴직뿐이었다.

핀다 담당자에 문의했다. 이재균 핀다 이사는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최근 1년치 건강보험 납부 내역을 받아 이를 통해 고객의 소득을 산출한다”며 “최근 1년 안에 휴직으로 인해 건강보험료가 줄어든 경우 어떻게 할지는 각 금융회사의 승인 전략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화된 대출승인 시스템으로는 휴직, 이직으로 인한 소득 변화까지 고려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100% 무서류 비대면 대출 시스템의 한계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결국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은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제한 요인이다. 핀다가 애초에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한 대출조건은 확인할 순 없었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면 다른 모집채널보다는 더 저렴한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게 핀다측 설명이다.

이재균 이사는 “저축은행 대출금리 중 4~5% 포인트는 영업비용이 차지하는데, 대출비교 플랫폼은 마케팅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절반으로 낮춘다”며 “2~3%포인트 저렴한 대출금리를 제공할 여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의 관건은 결국 제휴 금융회사 수 

빠르고 편리하지만 결국 이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관건은 얼마나 많은 제휴 금융사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애초의 ‘대출비교 플랫폼’이라는 명칭의 취지를 살리는 것만이 답이다. 다만 그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오프라인 고객 기반이 탄탄한 기존 대형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자칫 플랫폼 기업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될 수 있다보니 참여에 시큰둥해서다.

실제 핀다는 8월 중 은행권 신용대출 상품을 탑재하기 위해 협의 중이지만 대형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과는 논의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비교 서비스는 결국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일찍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반대로 대형 금융회사는 자체 플랫폼을 키우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자기네 계열사 4곳(은행, 캐피탈, 카드, 저축은행)의 대출을 한 눈에 비교하는 서비스인 ‘KB 이지 대출’을 자체 앱인 리브메이트에 지난 1일 선보인 것이 그 예다.

KB금융이 선보인 'KB 이지대출' 서비스. [자료: KB금융지주]

KB금융이 선보인 'KB 이지대출' 서비스. [자료: KB금융지주]

핀다에 이어 7월엔 4개 핀테크업체(핀셋, 토스, 마이뱅크, 핀테크)가 추가로 대출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 중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7월 말 서비스를 공식 오픈할 예정이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아직 개발 단계라서 정확한 금융회사명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복수의 금융회사와 전산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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