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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아빠 반격 준비…대형로펌 변호사 5명 선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험문제 유출 혐의를 받는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2)씨가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방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시험문제 유출 혐의를 받는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2)씨가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방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쌍둥이 딸에게 시험 답안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2)씨가 항소심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 여러 명을 선임해 반격을 예고했다. 특히 현씨의 쌍둥이 딸까지 지난 4일 기소돼 정식재판을 받게 됨에 따라 현씨의 항소심 재판의 결과는 더욱 중요해졌다. 현씨는 지난 5월 23일 1심에서 업무방해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판사 출신 등 변호사 5명 추가 선임 

법조계에 따르면 현씨측은 이달 12일로 예정된 항소심 첫 재판을 앞두고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 5명을 선임했다. 당초 1심을 맡았던 변호사는 선고 이후 현씨에게 “나와 전혀 관계없는 항소심 변호사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1심 결과 현씨측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존 주장과 다른 관점에서 변론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이 쏠린 숙명여고 사건의 항소심을 맡을 변호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쌍둥이 어머니가 나서 직접 발품을 팔고 지인들을 수소문해 사건을 맡길 변호사를 찾게 됐다고 한다.

새로 항소심을 맡을 변호인 5명 중 2명은 판사 출신이다. 변호인단 중 가장 선임은 유승룡(55·연수원 22기)변호사다. 20년 가까이 법관으로 일한 유 변호사는 2014년 퇴임하며 화우로 자리를 옮겼다. 현씨의 1심을 맡았던 변호사와 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함께 소송을 맡은 박정수(48·연수원 27기) 변호사도 2017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화우에서 변론하고 있다. 항소심 변호인측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결과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항소심 변호인단은 1심을 맡았던 변호인과 함께 변론을 이어갈 전망이다.

가능성과 가능성의 다툼이었던 1심…항소심 쟁점은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쌍둥이 딸들이 일부 문제를 실력으로 풀었거나 시험에 대비해 공부를 열심히 한 사정이 있더라도 쌍둥이 딸들이 유출된 답안을 부수적으로 참고했을 가능성까지 전부 뒤집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딸들이 모종의 경로로 유출된 답안을 사전에 알게 되고 답안에 의존하거나 참고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모종의 경로는 현씨”라고 밝혔다.

현씨가 출제서류를 유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재권자인 현씨가 결재 시 출제서류를 보거나 초과근무 기록 없이 혼자 교무실에 남아 미리 알고 있던 금고 비밀번호로 출제서류를 꺼내 보고 답안을 읽어보는 방법 등 상당한 방법으로 정답을 유출한 다음 쌍둥이 딸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다른 합리적 의심의 가능성을 열어줄 만한 어떠한 증거나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단계에서부터 현씨가 시험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거나 출제서류를 교무실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는 등의 직접 증거는 드러난 바가 없었기 때문에 재판부 역시 다양한 정황증거를 더해 결론을 냈다.

항소심에서는 현씨 혐의에 대해 드러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변호인측은 “정말 유출하지 않았을 상황을 고려하면 직접 증거가 없을 때 형사 재판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항소심에서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심받았던 급격한 성적 향상 역시 다른 사례를 내세워 반론을 펼칠 계획이다. 전교 121등, 전교 59등이었던 쌍둥이들이 3학기 만에 인문, 자연계열 각 1등을 차지한 결과에 대해 재판부는 “진정하게 실력에 기인한 것인지 의심할만한 정황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현씨측은 서울의 한 자사고 학생에게 고액 과외를 통해 1년 만에 국어·영어·수학 성적을 각각 전교 38등·95등·60등에서 전교 2등·1등·1등으로 올린 과외 강사 A씨를 항소심 법정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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