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뭐하나"···급식파업 사흘째, 학부모 분노가 극에 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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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종사원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 이틀째인 4일 오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조리종사원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 이틀째인 4일 오전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3학년 딸의 도시락을 싸고 출근하느라 사흘째 오전 4시에 일어났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피로감이 크고 업무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학생·학부모를 위해서라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김모씨·40·서울 중랑구)

“아이가 한창 먹성이 좋을 때인데, 3일 내내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해결한다고 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왜 정부와 노동자 간 싸움에 죄 없는 학생·학부모가 희생양이 돼야 하나요. 교육부는 왜 이런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두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학부모들이 파업 반대 시위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초6 아들 둔 직장맘 박모씨·43·서울 강서구)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참가자 수는 전날보다 더 줄었지만, 학부모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날도 전국 국공립 초·중·고의 14.1%에 해당하는 1474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학교 열 곳 중 1~2곳의 학생들은 3일 동안 점심시간에 급식 대신 빵을 먹거나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3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자녀에게 점심 도시락을 건네주기위해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3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자녀에게 점심 도시락을 건네주기위해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기자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직원들의 파업 참여 전망을 집계한 결과, 전체 15만1809명의 8.7%인 1만3281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5일 밝혔다. 4일 파업에 참여한 인원(1만7342명)보다 4061명 줄었다. 3일 동안 파업에 참여한 총인원은 5만명이 넘는다.

파업 참여 인원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급식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오전 10시에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 초·중·고 1만454곳 중 1474곳에서 급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파업 첫째 날인 3일(2802곳)과 둘째 날인 4일(1771곳)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1500곳에 가까운 학교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 중 987곳은 급식 대신 빵·우유를 제공하고, 311곳을 도시락을 싸도록 사전에 안내했다. 103곳은 단축수업을 하고, 73곳은 외식 등의 방법을 마련했다.

사흘째 이어지는 파업으로 돌봄교실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국공립 초등학교(5980곳)의 1.0%에 해당하는 62곳에서 이날 방과후 돌봄을 실시하지 않는다.

급식 종사원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인 4일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급식 종사원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이틀째인 4일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연합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당초 3~5일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음 주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연대회의는 5일 오후 이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2012년부터 올해로 다섯 번째다. 조리종사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2년 11월 ‘호봉제 및 교육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후 2014년·2016년·2017년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번 파업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4일 교육부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 주재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중장기적으로 노사 협의를 통해 교육공무직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임금체계와 임금수준을 만들어보자’는 두루뭉술한 방안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교육부와 연대회의는 이달 9~10일 다음 교섭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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