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격돌 “1만원” vs “8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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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뉴스1]

3일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뉴스1]

경영계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2%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3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복귀하면서다. 경영계가 마이너스 인상률을 요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이던 2009년 이듬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에 대해 -5.8%를 제시한 이후 두 번째다.

사용자위원 보이콧 풀고 복귀 #“경제상황 엄중 내년 4.2% 깎아야” #노사 요구안 심의, 10일까지 의결 #정부·여당도 속도조절론 기류

사용자 위원들은 이날 복귀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불안한 경제 상황을 반영해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 최저임금위의 제8차 전원회의에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다. 현재(시급 8350원)보다 4.2% 인하한 시급 8000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은 9609원이다. 월급으론 167만2000원, 연봉 2006만4000원이다. 사용자 위원 측은 “경제나 고용 사정이 엄중한 상황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 위해 상징적이나마 마이너스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단체로 구성된 근로자 위원은 2일 시급 1만원(19.8% 인상)을 요구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급 1만2012원, 월급으로 따지면 209만원, 연봉 2508만원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 위원인 오세희·권순종 위원은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 위원인 오세희·권순종 위원은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사용자 위원들은 또 “최저임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업종·규모별 구분적용을 위한 통계조사 등 토대 마련 ▶최저임금 산정시간 수 문제 해결 방안 강구(주휴수당 산입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노사가 모두 최초 요구안을 제시함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본격화한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조율하되 10일까지는 심의·의결을 마무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전원회의는 집중 심의로 진행된다. 차수를 바꿔 새벽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노사의 최초 요구안에 격차가 크지만 최종 결정액은 동결 또는 오르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여당에서 속도조절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을 요구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들의 성향이 중립적이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는 거리가 있다. 경제 상황과 고용시장의 변화, 다른 근로 복지 정책과의 조화 등을 면밀하게 따질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점도 고율 인상을 주도했던 이전 공익위원과는 차별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5월 30일 첫 전원회의를 마치고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던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한편 이날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 중 소상공인 측 2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용자 위원은 2일 저녁부터 최저임금위 복귀 여부를 놓고 마라톤 회의 끝에 심의 참여를 결정했다. “노동계가 1만원을 요구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소상공인 측도 이에 동의해 ‘복귀 입장문’ 작성에 참여했다. 그러나 2일 밤 갑자기 심의 보이콧을 이어가기로 입장을 바꿨다. 나머지 사용자 위원들이 설득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소상공인 측은 심의에는 불참하지만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마지막 전원회의에는 참석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표결에만 참석하겠다는 의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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