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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와 음식 달랐다”…필리핀 '사치의 여왕' 생일잔치서 일반인 집단 식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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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치의 여왕' 이멜다. [EPA=연합뉴스]

필리핀 '사치의 여왕' 이멜다. [EPA=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의 구순 생일 잔치에서 일반인 참석자들이 무더기로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3일 EFE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치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멜다는 이날 아침부터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파시그시에 있는 이나스 체육관에서 생일 잔치를 열었다.

이날 잔치에는 VIP손님을 비롯해 일반인까지 2500명 가량이 모였고, 이 가운데 일반 손님 240여명이 식중독 증세로 입원했다. 현재 환자들은 5개 병원에 분산 수용됐다.

보도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제공된 음식은 VIP손님의 것과 달랐다. 생일 잔치 음식을 먹은 일반인들은 구토와 어지럼증 등의 증세를 보였다.

당국은 병째 제공된 물과 필리핀 전통음식인 '아도보'에 들어간 고기나 계란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필리핀 독재자로 불린다.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해 장기 집권하다가 1986년 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했다. 이후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 축재한 규모는100억 달러(약 11조91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필리핀 정부가 환수한 재산은 1704억5000만 페소(약 3조8800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인 이멜다는 2억 달러(약 2256억원)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필리핀 반부패 특별법원으로부터 최장 징역 77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불과 15만 페소(약 320만원)를 내고 곧바로 보석이 허가됐다.

이멜다는 1992년 귀국해 한 차례 대선에 도전했다가 패한 뒤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3연임에 성공해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쳤다. 이멜다가 소장했던 25캐럿짜리 분홍색 희귀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보석류는 지난 2015년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최소 10억 페소(228억10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멜다의 딸 이미와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도 정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딸 이미는 마르코스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주에서 3선 주지사를 역임하고 지난 5·13 중간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는 일로코스 노르테주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을 거쳐 2016년 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쓴맛을 봤지만,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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