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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명수’ 강원의 한국영, “끝까지 뛰는게 축구에 대한 예의”

중앙일보

입력

프로축구 강원은 최근 2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뒀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강원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강원은 최근 2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뒀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강원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강원FC는 요즘 ‘역전의 명수’라 불린다. 강원은 지난달 23일 포항과 K리그1 경기에서 0-4로 끌려가다가 5-4 대역전승을 거뒀다. 또 지난달 30일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0-1로 뒤지다 2-1로 승리했다. 2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둔 도민구단 강원은 5위(8승3무7패·승점27)에 올라있다.

프로축구 강원, 최근 2연속 역전승 #포항에 0-4→5-4, 인천에 2-1 승 #미드필더 한국영, 18경기 모두 풀타임 #십자인대 끊어져 15개월만에 복귀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29)은 ‘강원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영은 올 시즌 강원이 치른 K리그1 18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했다. 주로 원볼란치로 나선 그는 교체없이 1620분 풀타임을 뛰었다.

강원 미드필더 한국영은 포항전 대역전승에 기여했고 인천전에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강원 미드필더 한국영은 포항전 대역전승에 기여했고 인천전에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한국영은 포항전에서 4-4로 맞선 후반 50분에 갈고리처럼 태클로 볼을 따냈다. 한국영의 패스를 받은 조재완이 크로스를 올렸고 정조국의 헤딩 역전골로 이어졌다. 한국영은 2일 “후반 48분 4-4 동점골이 터진 뒤 동료들이 세리머니를 했다. 한골 더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을 빼와 경기를 빠르게 속행시켰다.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영은 인천전에서는 1-1로 맞선 후반 20분 중원에서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정조국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한국영은 “인천 뒷공간을 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움직임이 좋은 (정)조국이 형이 다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후방십자인대와 후외측인대가 끊어진 한국영은 2017년 12월 큰 수술을 받아 한달간 침대에 누워있어야했다. 하지만 피나는 재활 끝에 복귀에 성공했다. [사진 한국영]

후방십자인대와 후외측인대가 끊어진 한국영은 2017년 12월 큰 수술을 받아 한달간 침대에 누워있어야했다. 하지만 피나는 재활 끝에 복귀에 성공했다. [사진 한국영]

한국영은 큰 부상으로 2017년 10월부터 15개월 넘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2018시즌은 아예 통째로 쉬었다. 한국영은 “왼쪽 후방십자인대와 후외측인대가 끊어졌다. 다른사람의 인대를 연결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 직후 한 달은 아예 못걸었고, 한 달은 휠체어를 탔고, 한 달은 목발에 의지했다”고 말했다.

한국영의 친형은 병상에 누워있던 동생에게 “감옥에 갖힌 어떤 사람이 매일 골프를 치는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는데, 출소 후 동작이 그대로 나왔다고 하더라”고 말해줬다. 한국영은 “축구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강원FC의 김병수 감독. [중앙포토]

프로축구 강원FC의 김병수 감독. [중앙포토]

선수 시절 부상탓에 일찍 은퇴한 ‘비운의 천재’ 김병수(49) 강원 감독은 한국영의 복귀를 천천히 기다려줬다. 한국영은 “감독님은 지금도 걸을 때 조금 절뚝거린다. 지난 시즌 무리해서 복귀할 수 있었지만 감독님이 기다려주셨다”고 감사해했다.

한국영은 학창시절 새벽운동을 나가다 동료들을 깨울까봐 매일 식당에 이불을 깔고 잔 ‘독종’이다. 일본 쇼난 벨마레 시절 양팔에 깁스를 한채 3경기를 뛴 적도 있다. 한국영은 “요즘도 매일 훈련 전과 후에 보강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영은 요즘도 훈련 전후로 보강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한국영은 요즘도 훈련 전후로 보강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의 ‘사리볼’에 빗대, 김병수 감독의 축구는 ‘병수볼’이라 불린다. 공격, 중앙, 수비 세 지역으로 나뉘어 수적우세와 속도를 가져가는게 핵심이다. ‘병수볼’의 허리를 한국영이 책임지고 있다. 거의 매경기 11㎞ 이상 뛰는 한국영은 “볼을 쉽게 잃어버리지 않고, 볼을 빨리 되찾는게 핵심”이라며 “강원 기본 포메이션은 3-5-1-1인데 한 경기에서 4차례나 전술이 바뀐적도 있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훈련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한국영이 기성용과 함께 네이마르를 마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3년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한국영이 기성용과 함께 네이마르를 마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영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 뛰었다. 한 때 김남일~이호~김정우를 잇는 한국축구 수비형 미드필더 후계자로 꼽혔다. 한국영은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 1차전에서 11.356㎞를 뛴 뒤 “내 유니폼이 모든선수 중 가장 더러워져야 한다. 진흙으로 범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A매치 41경기에 출전한 한국영은 2017년 6월 카타르전 이후 부상여파로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다.

한국영은 “유튜브로 잉글랜드 리버풀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의 영상을 자주 본다. 헨더슨은 열정적이고 파워풀하고 팀을 위해 뛴다”면서 “제 포지션 허리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진다. 전 축구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경기 끝날 때까지 모든걸 쏟아내는게 축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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