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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뼈있는 말 건넸다, 나경원·박영선 묘한 라이벌 15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여의도 국청 본청.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찾았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제야 만나게 됐다”며 박 장관을 맞았다. 하지만 이내 뼈 있는 말이 오고 갔다.
나 원내대표는 “경제문제는 이제 지표를 볼 것도 없다. 최악이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데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야기는 ‘최저임금’ 문제로 옮겨갔다.

나경원 (왼쪽)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영선(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나경원 (왼쪽)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영선(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나경원=“박 장관님은 청문회 때 최저임금 동결 또는 동결 수준의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너무 반갑더라. 힘을 합쳐서 당당한 목소리를 내면 어떨까 싶다.”

▶박영선=“최저임금이란 것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야당 원내대표 하기가 쉽지 않으시죠.”
▶나경원=“여성 원내대표 선배신데 공유할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
▶박영선=“5년 전 일이다. 야당 원내대표가 쉽지 않은 자리다. 지속적인 비판이 꼭 승리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더라.”

“중요한 건 국민이 볼 때 감동이 있느냐는 것”이란 박 장관 말에 나 원내대표도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게 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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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정치 이력을 보면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정치권 한 인사는 “둘 다 법조인 남편의 외조를 받고 있다. 정계 입문 전 전문직 여성으로 이름을 알렸던 것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부산, 인천,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거치며 두각을 나타냈다. 박 장관은 1990년대 MBC의 간판급 여성앵커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둘 다 17대 국회(2004년)에 각각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대변인을 했다. 당시 눈에 띄는 외모와 매끄러운 언변 덕분에 여야가 격돌하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둘은 자주 출연했다. 이후 둘은 서울을 지역구로 둔 의원(18~20대)으로 4선 의원이 됐다.

지난달 24일 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불과 2시간 만에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선 곧바로 “박영선 데자뷔냐”는 말이 나왔다. 2014년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원내대표도 비슷한 일을 겪어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둘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나경원)와 정동영 후보(박영선)의 핵심참모였다. 박영선 장관은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명박 캠프 대변인으로 방패 역할을 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둘은 맞붙을 뻔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돼 짧게나마 대결을 벌였다.

나 원내대표는 결국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지만, 박 장관은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 승부에서 패했다.

둘은 지난 3월 케이블TV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 에 함께 출연해 서로의 인연을 말하기도 했다.

현일훈ㆍ이우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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