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메인뉴스에 일절 보도 안했다···'DMZ 회동' 불편한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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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3면 왼쪽 최하단(빨간색 표시)에 6줄 기사로 간략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만남을 다뤘다. [중국 인민일보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 3면 왼쪽 최하단(빨간색 표시)에 6줄 기사로 간략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만남을 다뤘다. [중국 인민일보 캡처]

중국은 남·북·미 3국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에 겉으론 ‘환영’의 입장이지만 속으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30일 “북·미가 악수를 넘어 더 큰 결심과 성의로 성과를 내기 기대한다”는 국제 논평을 내놓았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일 사설에서 “3ㆍ8선에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남은 격식에 구애받지 않은 것으로 좋은 일”이라 평가했다. 왕쥔성(王俊生)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북·미 대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긍정적 의미 부여는 여기까지다. 중국의 편치 않은 속내를 엿보게 하는 게 많다. 중국 CC-TV는 30일 저녁 7시 메인 뉴스에서 이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남·북·미 3국 정상의 판문점 회담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일자 3면 최하단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며 만났다’는 제하에 6줄 기사로 간략하게 처리했다.
평가도 인색하다. 인민일보의 해외판 공식 SNS 뉴스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가 한반도 전문가인 정지융(鄭繼永) 푸단(復旦)대 조선한국연구중심주임과의 인터뷰 형식을 통해 전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을 서울발로 전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0일 판문점 깜짝 회동을 서울발로 전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정지융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것에 대해 “지나치게 그 의미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양국 지도자 간의 ‘정치 쇼’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또 앞으로의 북·미 담판 전망에 대해서도 “과도한 기대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의 교훈을 볼 때 미국은 욕심이 넘치고 북한은 자신이 지나쳐” 합의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겉으론 ‘환영’ 공식 입장 내놨지만 #시진핑 “한반도 적극 역할” 무색 #트럼프와의 무역 회담 성과 가려

베이징 외교가에선 한반도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과 함께 만나 말을 나누고 걷는 장면이 중국에 편안하게만 비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정세 변화의 급박한 큰 흐름 속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을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열흘 전 북한 방문에 나서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역할이 트럼프 대통령 차지가 된 데 대해 불편한 심사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 29일 오사카에서 있었던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미·중 무역협상 재개 합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시점에 터진 3ㆍ8선 남·북·미 3국 정상 회동이란 대형 뉴스가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중국은 이날 판문점 3국 회동 성사에 대한 시 주석의 역할을 강조했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일 사설에서 “시 주석이 지난주 김정은과 트럼프를 연쇄적으로 만나 이 두 사람 간 만남의 자리를 준비했을 것으로 믿어진다”며 “시 주석의 개입이 없었다면 제3차 북·미 정상 회동은 없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지융도 “트럼프-김정은 만남을 위해 중국과 한국이 조연 역할을 했다”며 “정치 불신이 깊은 북·미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 만날 수 있었던 데는 양국이 모두 믿을 수 있는 힘(시진핑)의 용접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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