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펀드는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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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테마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식 펀드'등 특정 테마로 운용되는 펀드들이 하락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련 펀드들은 설정 2년만에 벌써 8100억원 넘게 팔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현대증권은 최근 시가총액 상위 대표종목에만 투자하는 '리스타트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우려도 있다. 특정 그룹이나 특정 섹터 종목만을 편입하는 테마펀드는 상장 주식 전체를 편입대상으로 삼는 '정통펀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울 수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밸류운용 이채원 전무는 "테마펀드는 출시 당시 시장상황에는 강하지만 훗날 상황이 바뀌면 강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쉽게 다가간다=테마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자들 눈에 쉽게 뜨인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만 4000여개가 쏟아질만큼 '펀드 홍수' 를 빚는 상황에서는 '삼성그룹' '우량주'등 특정 테마를 부각시킨 펀드가 고객에게 어필하기 쉽다.

삼성그룹 펀드를 만들어 낸 한국운용 김범석 대표는 "삼성이란 브랜드가 마케팅에 주효했다"며 "또 다른 테마펀드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수익률 벽에 부딪혀 포기했다"고 말했다. 특정 테마만으로 장기 수익률을 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정통펀드는 투자자의 눈길을 잡아채는 강렬함은 없지만 국내 주요 대형 우량기업에 골고루 투자, 경제성장률에 준하는 꾸준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 기동성 떨어지고 변화에 약해=저평가된 종목을 한도껏 사들일 수 있는 정통펀드에 비해 테마펀드는 편입종목 제한이 크다. 가령 삼성그룹이 돌발악재에 부딪혀 함께 주가가 추락하더라도 삼성그룹펀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는 "어떤 펀드든 펀드에 유입된 투자금으로 관련 종목을 사서 주가를 올리고 이게 다시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며 "주가가 빠질때도 편입 종목을 바꾸지 못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대표도 "정통펀드는 항상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만 발굴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며 "테마펀드와 달리 특정 주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게 정통펀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테마펀드 운용사들은 "종목 제한이 있더라도 편입비율 조절 등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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