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으로 스마트폰 구입···4억 빼돌린 '간큰 교수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천안서북경찰서. [중앙포토]

천안서북경찰서. [중앙포토]

국가연구개발비 보조금을 허위로 타낸 대학 교수와 산하기관 연구원 등 78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연구개발 관련 비용을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제출해 받은 보조금으로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장만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기자재 비용 부풀리거나 허위로 내 #납품업체로부터 태블릿PC 등 돌려 받아 #1인당 많게는 수천만원…이중 장부로 덜미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서울 한 대학 A교수 등 78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 기자재를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을 부풀리거나 아예 허위로 제출해 연구 기자재 납품 업체로부터 스마트폰 등 개인용품으로 돌려받는 방법으로 모두 4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적발된 교수와 연구원 등은 서울지역 10개 대학을 포함해 전국 21개 대학과 3곳의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1인당 보조금 횡령 금액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천안지역 한 연구소와 연구 기자재 납품업체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연구자 200여 명의 이름이 적힌 외상 장부와 이중 장부를 확보하면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교수나 연구원이 국비 지원 연구비를 가로채는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부산의 한 대학 A(56) 교수가 국비 지원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제자를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록한 뒤 33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받았다. A 교수는 대학원생인 제자 3명을 연구보조원으로 참여시킨 뒤 임금 계좌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빼앗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지난해 8월엔 광주광역시 한 대학 교수가 학생들 인건비를 가로채고 재료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연구비를 빼돌렸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연구재단 감사 결과 이 교수는 학생에게 지급된 인건비 등을 모아 현금으로 캐비닛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감사팀은 현장에서 7000만원을 발견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3일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국가연구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금 횡령으로 형사고발 하고, 국가연구비 참여 제한 기간을 기존 최대 5년에서 10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정석 기자, 천안=신진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