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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못 하면 ‘김여사’? 앞으로는 ‘운전미숙자’로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2’ 결과. [자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2’ 결과. [자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주간을 맞아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성차별 언어를 시민 참여로 바꿔 본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2’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시민들은 운전 못 하는 사람을 일컫는 ‘김여사’ 대신 ‘운전미숙자’로 순화하자고 제안했다.

육아 관련 신조어에 엄마를 지칭하는 ‘맘(Mom)’을 사용하는 것도 바꾸자고 의견이 나왔다. 아이들의 등하원 버스 정류소를 지칭하는 ‘맘스스테이션’은 ‘어린이 승하차장’으로, 온라인상 운영되는 지역별 ‘맘카페’는 ‘육아카페’ 등으로 순화하자고 제안이 나왔다.

분자는 윗수, 분모는 아랫수로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 제안자는 “분수를 꼭 엄마와 아들에 빗대어 설명하는 게 의문이었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경력단절여성’은 ‘고용중단여성’, ‘낙태’는 ‘임신중단’으로 순화하자고 했다. 또 ‘수유실’은 ‘아기쉼터’나 ‘아기휴게실’로 바꿔 남성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촉구했다.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정신’으로, ‘효자상품’은 ‘인기상품’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제안들은 특정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다수를 이뤘다.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 2 제안자 701명 중 여성은 76.6%, 남성은 23.4%였다. 연령대는 30대(41.7%)가 가장 많았고 40대(24.3%)와 20대(19.4%)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이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한 단어는 ‘호칭’(23.8%)이 가장 많았다.

재단은 701명이 제안한 1825건 중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우선 공유해야 할 10건을 선정했다. 강경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누군가가 성차별적이라고 느끼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바꿔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안의 성평등 의식을 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평등 언어사전 시민제안 결과들. [자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평등 언어사전 시민제안 결과들. [자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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