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실패는 용서해도 경계 실패는 다 죽어”…여당 내에서도 정경두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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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 목선 경계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북한 목선 경계 실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놓고 여권에서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가 수천 척이어도 이걸 다 막을 수 없다는 식의 (정부 당국) 얘기를 듣고 피가 거꾸로 솟더라. 너무 무책임한 발언들이 막 쏟아져 나왔다”며 “점검을 해보면 국방부를 도저히 감싸줄 수가 없는 측면이 너무 많다. 행여 우리 정부 여당이 한몸이니까, 이렇게 생각할 필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북한 소형 목선 1척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했지만 군 당국은 주민이 신고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해 논란이 됐다. 이틀 후 합참이 “전반적인 해상ㆍ해안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가 비판이 일자 일부 과오를 인정했다. 이 때문에 사후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 의원은 “전투에 실패해도 좋지만 경계에 실패한 건 용서받을 수 없다. 다 죽는다”며 “국방부가 엄청난 비판을 받고 국방부 장관 책임론도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편식 정치 할 생각말고 국회에 들어와 전면적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 여당에서도 이상한 게 많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있으니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왼쪽 일곱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앞줄왼쪽 여섯번째) 등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 및 안보 의원총회를 마치고 '북한선박 입항 은폐 및 조작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앞줄 왼쪽 일곱번째)와 나경원 원내대표(앞줄왼쪽 여섯번째) 등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 및 안보 의원총회를 마치고 '북한선박 입항 은폐 및 조작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의 경계 실패에 대해 민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해상 경계 작전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어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기까지 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외교안보통일위원회에서 박병석 민주당 의원도 “어선에 의해서 경비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군 기강 해이와 관련해서 우리 군은 심각한 자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와 정 장관 해밍이 과한 대응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민주당)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2년 북한 인민군 병사의 ‘노크 귀순’ 사건 때 국방위 야당 간사였지만 안보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국방이나 안보와 직결된 현안을 국정조사한 적이 없는데 함부로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 책임론에 대해서도 안 위원장은 “국방부가 잘 한 건 아니고 경계 실패는 맞다”며 “회초리로 잘 다스려야지 목까지 비틀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와 관련해 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한 후 정식으로 제안이 온다면 생각해 볼 문제이지 지도부 차원에서 국정조사 여부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군 당국의 대응방식이 잘못된 지점은 짚어야 하지만 우리 안보에 구멍이 났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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