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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무단 수정으로 기소됐는데도 교육부 “직위해제 계획 없어”

중앙일보

입력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교육부 담당 과장 A씨 등 직원 2명이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를 무단 수정한 혐의로 지난 5일 불구속기소됐지만 교육 당국은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직위해제 등 징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일단 직위 해제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현재 한 아시아 국가의 한국교육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나아가 A씨가 해외에 파견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25일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범죄로 기소되면 직위해제 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A씨는 해당 직무와 관련이 없다”며 “직위해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A씨의 교과서 무단 수정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공무원법 제73조 3항에 따르면 ‘형사사건에 기소된 자’는 직위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 8월 공정위 간부 김모씨는 퇴직자 취업 알선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공정위는 13일 후 김씨를 직위해제 조치했다.

 한편 교육계 안팎에서는 A씨가 해외 교육원장으로 부임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교육원장은 개방형 직위로 교육부·교육청 공무원은 물론 일반 교사들도 지원해 경쟁하는 자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씨가 특혜 의혹을 받는 것은 교과서 수정 작업이 마무리된 직후인 지난해 3월 원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2017년에 미리 공고를 하고 11월 모집 후 12월에 결과가 나왔다”며 “사건이 처음 불거진 건 2018년 3월이기 때문에 특혜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불법 교과서 수정에는 당시 과장이었던 A씨보다 윗선에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문제의 사회 교과서 집필책임자였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과장 주도로 이런 일을 벌였을 리 없다, 그보다 윗선이 개입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A씨의 직속상관으로 국장 직위에 있던 B씨는 “교과서 수정은 해당 과장의 전결 사안이기 때문에 그 당시 보고받지 못했다”며 “후임 과장으로 바뀐 뒤에야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나중에 원만히 해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9월 A씨는 부하직원인 연구사를 통해 박 교수에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이를 거부하자 수정작업에서 배제했고 교과서는 무단 수정됐다. 박 교수의 문제 제기와 자유한국당의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전지검은 최근 A씨 등을 직권남용 및 사문서위조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대전지검은 A씨를 상대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조사했지만 A씨는 이렇다 할 진술을 하지 않았고 A씨의 상급자도 "모르는 일"이라고 해 연관 관계를 밝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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