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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vs 손흥민 누가 더 뛰어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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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아시아 선수인가?”

EPL 박지성 맨유 14주년 맞아 설문 #온라인선 손흥민 50% 박지성 46% #축구 전문가 의견도 팽팽히 갈려 #“20대 중반 손흥민, 앞으로 더 성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25일 홈페이지에 박지성(38)의 사진을 내걸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14주년을 기념하며, 아시아 출신 최고 프리미어리거 후보 5명을 꼽았다. 박지성, 손흥민(27·토트넘), 기성용(30·뉴캐슬)과 일본 가가와 신지(30·전 맨유), 오카자키 신지(33·레스터시티)를 놓고 투표 중이다.

프리미어리그는 박지성과 가가와, 기성용, 오카자키, 손흥민을 두고 역대 최고 아시아선수 투표를 진행했다.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프리미어리그는 박지성과 가가와, 기성용, 오카자키, 손흥민을 두고 역대 최고 아시아선수 투표를 진행했다.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EPL은 박지성에 대해 “올드 트래퍼드(맨유 홈구장)에서 7시즌을 뛰며 아시아인 최초로 EPL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손흥민에 대해선 “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다인 42골을 터트렸다. 2016년 9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이 뛰었던 2005~12년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4차례 섰다. 또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뒤 최근 3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실시간 설문 조사 결과(25일 오후 6시 기준)를 보면 손흥민이 50% 지지로 1위다. 박지성이 46%로 2위고, 기성용이 2%, 오카자키와 가가와는 1%씩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설문조사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설문조사

전 세계 축구팬 사이에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중 누가 세계 최고인가’는 해묵은 논쟁이다. 국내에선 ‘박지성과 손흥민 중 누가 더 뛰어난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곤 하는데, EPL도 궁금했던 것 같다.

같은 질문을 축구계 관계자 10명에게 던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손흥민 4표 ▶박지성 2표 ▶무승부 3표 ▶기권 1표였다.

잉글랜드 토트넘 에이스로 발돋움한 손흥민. [토트넘 인스타그램]

잉글랜드 토트넘 에이스로 발돋움한 손흥민. [토트넘 인스타그램]

한준희 해설위원은 “박지성이 개척자이지만 맨유의 간판급 선수는 아니었다. 반면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의 얼굴이었다. 손흥민은 이미 박지성의 득점을 넘어섰다. 임팩트와 이적료 면에서도 앞섰다”며 “대표팀 등 한국 축구사에선 박지성이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선 손흥민”이라고 평가했다.

김대길 해설위원도 “손흥민이 좀 더 진화한 경우다. (그의 전에) 빅리그에서 승부에 결정타를 날린 아시아 선수는 없었다”며 “20대 중반인 손흥민은 부상만 없다면 기록을 계속 세워나갈 거다. 이강인(18·발렌시아)이 잘 성장한다면 모를까, 손흥민을 뛰어넘는 선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용(49)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헌신의 아이콘 박지성은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손흥민은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며 고민하더니 “51 대 49로 손흥민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 출신 에이전트 최월규 월스포츠 대표는 “감독이라면 메시를 고르겠지만, 에이전트라면 호날두를 택할 것이다. 손흥민이 호날두처럼 축구뿐 아니라, 광고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맨유에서 함께 뛴 에브라(왼쪽)와 박지성(오른쪽). 두 사람은 2007년 2월 서울에서 열린 맨유와 서울의 친선경기에 참가했다. [중앙포토]

맨유에서 함께 뛴 에브라(왼쪽)와 박지성(오른쪽). 두 사람은 2007년 2월 서울에서 열린 맨유와 서울의 친선경기에 참가했다. [중앙포토]

박지성과 맨유에서 함께 뛴 파트리스 에브라(38·프랑스)는 지난 2월 중국 텐센트 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을 박지성과 비교하는 건 불공평하고 아직 이르다. 손흥민을 정말 좋아하지만, 박지성보다 위대한 선수가 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일 스포츠 칼럼니스트 신무광씨도 “아직은 박지성”이라며 “개인 기록면에선 손흥민이다. 박지성이 비록 조연이었지만 빛나는 팀 업적에 기여했고, 아직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A급 작품에서 주연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때면 역사에 남는 아시아 최고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 함께 출전했던 박지성(오른쪽)과 손흥민(왼쪽). [중앙포토]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 함께 출전했던 박지성(오른쪽)과 손흥민(왼쪽). [중앙포토]

세 명은 둘의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위건)에서 뛰었던 조원희(36) 해설위원은 “둘 다 어느 시대에 뛰었더라도 잘했을 거다. 위건 시절 맞붙었던 지성이 형은 ‘산소탱크’였다. 만약 내가 스피드와 기술을 갖춘 흥민이를 상대했다면 못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둘을 지도했던 조광래(55) 대구FC 대표이사는 “포지션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지성이는 퍼거슨 감독이 칭찬할 만큼 팀 플레이를 했다. 흥민이는 움직임과 슈팅 등 개인 기량이 좋다”며 “지금은 무승부이지만, 앞으로는 흥민이가 앞설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프리미어리그의 문을 열었다는 박지성의 상징성과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은 손흥민의 임팩트 중 무엇에 점수를 주냐에 따라 답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기권한 김환 해설위원은 “투표자는 자신이 열심히 봤던 시절을 떠올리며 표를 던질 확률이 높다. 50대 이상에게 차범근이 최고 선수로 기억되는 것처럼, 30·40대에겐 박지성이 최고일 수 있고, 20대에겐 손흥민이 더 인상 깊을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22일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안아주는 박지성. [뉴스1]

지난해 6월22일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안아주는 박지성. [뉴스1]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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