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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장까지 몰래 찍어 수정…윗선 개입 없인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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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용조

박용조

교육부의 불법 교과서 수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사진) 진주교대 교수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문서 위조까지 해가며 교과서를 수정한 것은 윗선이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 한 일”이라고 말했다.

집필책임 박용조 교수 인터뷰

문제가 된 교과서는 지난해 3월 개정·배포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다. 집필책임자의 허락 없이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수정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9월 교육부 A과장은 B연구사를 통해 박 교수에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이를 거부하자 수정작업에서 배제했고 교과서는 무단 수정됐다. 박 교수의 문제 제기와 자유한국당의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전지검은 지난 5일 A과장과 B연구사를 직권남용 및 사문서위조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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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를 무단으로 고치는 것은 학생들 앞에 떳떳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현 정부의 철학과 매우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육부가 언제 수정 요청했나.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9월쯤 교육부 담당 연구사가 연락했다.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 달라고 했다. 그러나 고쳐야 할 근거와 명분이 없어 거절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2015년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때도 수차례 거절했다. 집필 기준인 ‘2009 교육과정’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 요청대로 내용을 고쳤는데.
“2016년 1월이다. 당시 새로 나온 ‘2015 교육과정’엔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적 표현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했다.”
2017년엔 그런 게 없었다는 것인가.
“그렇다. 교과서는 학자의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집필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교육부는 그런 명분 없이 그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넣어달라고 했다.”
이를 언제 알았나.
“2018년 3월 5일 교과서가 공개된 후 알았다. 연구책임자에 내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엄연한 문서 위조다. 당시 교육부에는 이제라도 수정 주체를 교육부로 바꾸면 용인하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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