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불법 교과서 수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사진) 진주교대 교수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문서 위조까지 해가며 교과서를 수정한 것은 윗선이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 한 일”이라고 말했다.
집필책임 박용조 교수 인터뷰
문제가 된 교과서는 지난해 3월 개정·배포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다. 집필책임자의 허락 없이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수정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9월 교육부 A과장은 B연구사를 통해 박 교수에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이를 거부하자 수정작업에서 배제했고 교과서는 무단 수정됐다. 박 교수의 문제 제기와 자유한국당의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전지검은 지난 5일 A과장과 B연구사를 직권남용 및 사문서위조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교수는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를 무단으로 고치는 것은 학생들 앞에 떳떳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현 정부의 철학과 매우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교육부가 언제 수정 요청했나.
-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9월쯤 교육부 담당 연구사가 연락했다.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 달라고 했다. 그러나 고쳐야 할 근거와 명분이 없어 거절했다.”
-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 “2015년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때도 수차례 거절했다. 집필 기준인 ‘2009 교육과정’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 당시 교육부 요청대로 내용을 고쳤는데.
- “2016년 1월이다. 당시 새로 나온 ‘2015 교육과정’엔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적 표현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했다.”
- 2017년엔 그런 게 없었다는 것인가.
- “그렇다. 교과서는 학자의 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집필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교육부는 그런 명분 없이 그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넣어달라고 했다.”
- 이를 언제 알았나.
- “2018년 3월 5일 교과서가 공개된 후 알았다. 연구책임자에 내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엄연한 문서 위조다. 당시 교육부에는 이제라도 수정 주체를 교육부로 바꾸면 용인하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