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방북설」 공방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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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확산일로에 있던 박철언 정무장관의 방북설이 마침내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평민·민주·공화 등 야3당은 5일 일제히 대북 비밀접촉설을 문제삼았는데 평민당 측은 비밀교섭의 경위·발설자의 공개를 요구했으며 민주·공화당은 비밀접촉의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정보유출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민정당은 사태수습에 나서 박 장관의 6월 방북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곧 강영훈 국무총리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정부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정부=박철언 정무장관의 방북을 비롯한 남북간의 비밀접촉 등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들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유포돼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다고 판단, 다음주 초께 강영훈 국무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전반에 관한 설명 및 해명을 할 것을 적극검토하고 있다고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가 5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최근 박 장관의 평축 참관설 등을 비롯해 남북간의 비밀접촉 등이 사실과 다르게 확대 해석, 유포됨으로써 사회적으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제, 『대통령의 통치권 차원에서 이 같은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 총리의 기자회견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강 총리의 기자회견 실시여부는 박찬종·이철 의원의 대정부 질의서에 대한 강 총리의 답변서에 대한 반응과 7일로 예정된 박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정당=5일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지난 6, 7월 박철언 정무장관의 방북은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이전의 접촉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시인했다.
박희태 대변인은 『남북접촉의 필요성과 당위성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며 『언제든지 분단의 고통을 덜고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또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의무이므로 이러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종찬 사무총장은 『남북간 핫 라인은 이미 야당총재들에게도 알려줬고 양해된 사항』 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6, 7월 방북은 결코 없었다』고 거듭 확인하고 『그 이전의 접촉은 남북간 신뢰와 관계된 일이므로 접촉 사실의 확인이나 내용의 설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민당=김대중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철언 정무장관의 대북 접촉설에 대해 『정부는 이에 대한 전모를 밝히고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한다』고 조속한 진상공개를 요구했다.
김 총재는 『정부가 북한에 특별한 사명을 띄워 비밀리에 사람을 보낼 수 있으나 그 같은 사명이 끝나면 적당한 시기에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노 대통령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의 발설자도 갖고있는 정보를 내놓고 확실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일은 없으나 박씨가 작년에 북한에 간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정부측이 북한과의 여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채널을 갖고 접촉하고 있다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인제 대변인은『밀실 외교라 하더라도 국가이익의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라면 수긍할 여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국가이익이 아닌 당리당략 및 정권적 차원에서 악용하려든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대북 관계는 개선돼야한다는 측면에서 남북간에 핫 라인존재의 필요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극도의 기밀을 요하는 사항이 집권세력 일부에 의해서 누설되고 있다는 사실도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화당=김종필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남북당국자간의 비밀접촉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북한에 관계자를 파견하는 일은 그 시기가 어떻든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박철언 전 청와대특보의 방북여부는 알지 못하나 방북 했더라도 정부가 남북관계의 미묘함을 감안, 부인한다면 이는 용인돼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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