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좋지 않아 유감” 美 국무부 이례적 직설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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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야마모토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이 24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공동 주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전략포럼' 행사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 [연합뉴스]

조이 야마모토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이 24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공동 주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전략포럼' 행사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24일(현지시간) 한ㆍ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조이 야마모토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으로 워싱턴에서 주최한 ‘한ㆍ미 전략포럼’ 행사에 참석해 “유감스럽게도 현 시점에서 (한ㆍ일) 양국 관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야마모토 과장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경제담당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한 한국통이다. 한ㆍ일 관계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후 악화일로였으나 미 정부 주요 당국자가 양국 관계에 대해 이렇게 공개 장소에 직설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 공개 세미나서 한국과장 직설 발언

야마모토 과장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동맹들이며, 한ㆍ일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동맹이 강력하지 않으면, 솔직히 말해서 한ㆍ일 관계가 좋지 않다면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야마모토 과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9~30일 방한과 관련해 “넘버 원 과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밝혔다. 한ㆍ미 관계의 최우선 과제가 한ㆍ일간의 협력 없이는 성취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2017.07.06.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2017.07.06. 청와대 사진기자단

야마모토 과장은 이날 “미국 행정부는 한ㆍ일 갈등 해소에 관여하고 싶지만 자칫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을 해석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인식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강제징용 판결을 언급한 뒤 “우리는 양측이 역사 문제를 해결해나가길 독려한다“며 “한ㆍ일 관계를 푸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우리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ㆍ일간의 중재역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무부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ㆍ일 양국에 한ㆍ미ㆍ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함께 “북한 및 다른 공통의 도전 과제를 향한 통합된 접근을 위해 한국과의 3각 공조를 강화하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의 갈등에 있어서도 한ㆍ미ㆍ일 3각 공조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보다 앞선 27일 한국을 찾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에게 “구체적 일정은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관건은 비건 대표가 이번에 북한과 실무접촉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를 놓곤 속도조절론이 제기된다. 미국은 실무접촉에 적극적이었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실무선에선 뚜렷한 호응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상 북ㆍ미 간 실무접촉이 당장 이번주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다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한 소식통은 25일 “미국도 대화에 적극적이긴 하지만 대화의 확고한 전제조건은 북한의 비핵화”라며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 미국 정부와 의회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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