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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놓친 ‘지구위협소행성’ 국내 연구진이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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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모습(왼쪽)과 소행성 충돌 시뮬레이션(오른쪽) [EPA=연합뉴스, 중앙포토]

소행성 모습(왼쪽)과 소행성 충돌 시뮬레이션(오른쪽) [EPA=연합뉴스, 중앙포토]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경. 시베리아의 포트가멘나야퉁구스카 강 유역에서 돌연 거대 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의 규모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1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당시 약 8000만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는 등 서울시 면적의 3.5배에 해당하는 숲이 초토화됐다. 폭발 현장 15㎞밖에 있던 순록 15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을 뿐 아니라, 당시 낙진에 반사된 햇빛이 한밤중이던 런던과 스톡홀름을 밝혀 일시적인 백야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퉁구스카 대폭발의 원인은 바로 지름 60m급 소행성의 지구충돌이었다.

천문연, PP29·PM28 발견 성과 #2063년·2069년 지구 충돌 가능성 #히로시마 원폭의 2만 5000배 예상 #충돌 가능성은 28억분의 1로 ‘희박’ #남반구 망원경으로 NASA 맹점 극복

그런데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소행성보다 지름이 2배 이상 큰 지구위협소행성이 발견됐다. 2063년이나 2069년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해 8월 지구위협소행성 ‘2018 PP29’를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지구와 충돌한다면 히로시마 원폭의 수만 배 규모의 폭발이 예상된다. 크기가 작아 충돌 시 반경 수백㎞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지구와 궤도를 상당히 공유하는 근지구소행성 ‘2018 PM28’도 함께 발견했다고 천문연은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발견해낸 지구위협소행성 PP29와 근지구소행성 PM28의 궤도. 청색은 PM28의 궤도로 지구와 상당부분 겹쳐 향후 탐사가 용이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제공=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이 발견해낸 지구위협소행성 PP29와 근지구소행성 PM28의 궤도. 청색은 PM28의 궤도로 지구와 상당부분 겹쳐 향후 탐사가 용이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제공=한국천문연구원]

지구위협소행성은 근지구소행성 중에서 지름이 140m보다 크고, 지구 궤도와 750만㎞ 거리 내에서 교차하는 것을 말한다. 지구와 충돌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국제천문학계가 예의주시하며 관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981개의 지구위협소행성이 발견된 상태다.

이번 발견된 PP29는 지름이 160m로 지구 궤도와 만나는 가장 가까운 거리는 426만㎞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구와 달까지 거리의 약 11배로 천문학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해당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가 운용하는 센트리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PP29는 2063년과 2069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구대기에 초속 24㎞의 속도로 진입해 히로시마 원폭의 약 2만 5000배 규모의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발견해낸 지구위협소행성 PP29와 근지구소행성 PM28의 궤도. [그래픽제공=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이 발견해낸 지구위협소행성 PP29와 근지구소행성 PM28의 궤도. [그래픽제공=한국천문연구원]

그러나 다행히도 충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연구를 진행한 문홍규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박사는 “지구와 충돌확률은 약 28억분의 1”이라며 “이는 로또복권 두 장을 샀을 때 한장은 1등에, 다른 한장은 4등에 동시 당첨될 확률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충돌할 경우 소행성 궤도의 경사가 심해 다른 지구위협소행성에 비해 대기권 진입 속도가 빠르고 파괴력이 클 수 있다는 게 문 박사의 분석이다.

이번 성과는 지구위협소행성의 약 98%를 탐지해낸 NASA가 관측하지 못한 것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해냈다는 의미도 있다. 천문연이 독자 운용하는 외계행성탐색시스템( KMTNet)의 덕이 컸다. 문 박사는 “NASA가 운용하는 망원경의 경우 대부분이 북반구에 있어 사각지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반면 천문연은 남반구의 칠레, 호주, 남아공에 지름 1.6m급 망원경 3기를 설치, 독자 운용해 PP29와 PM28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전주기가 5.7년으로 매우 길며 궤도가 목성 밖까지 나가는 근지구소행성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성과를 낸 데는 한국이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운용하는 KMTNet의 덕이 컸다. 세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이번 성과를 낸 데는 한국이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운용하는 KMTNet의 덕이 컸다. 세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소행성을 관측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향후 100년간 지구충돌 가능성을 실시간 계산 중인 NASA 제트추진 연구소는 연구진의 결과를 인정해 PP29를 충돌 위협 목록에 수록하고 감시하고 있다. 1981개의 지구위협소행성 중 NASA의 센트리 충돌 위협 목록에 수록된 것은 단 43개에 불과하다. 정안영민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박사는 “PM28의 경우 지구와 공전궤도를 상당히 공유하고 있어, 일본의 하야부사처럼 소행성에 직접 착륙, 분석하기도 용이하다”며 “향후 PP29와 PM28에 대한 성분 분석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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