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일부 주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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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서문 전경. [사진 부산시]

금정산 서문 전경. [사진 부산시]

“산이 많아 부산(釜山)인데 국립공원 하나 없는 게 말이 됩니까.”

부산시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 건의 #전국 2번째로 탐방객 많아 훼손 심각 #산성마을 주민 “재산권 침해” 반발 #환경단체 “주민 상생 방안 논의하자”

지난 20일 부산시 금정산 동문 입구에서 만난 박진규(46)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금정산을 찾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관이 뛰어나고 범어사, 금정산성 등 문화유산도 많아서 자주 찾는다”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훼손이 많이 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정산 등산객은 연간 400만~500만명에 이른다. 북한산 다음으로 많다.

부산시가 지난 18일 환경부에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했다. 부산시는 2020년 도시공원일몰제가 적용되기 전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시 녹색도시과 관계자는 “금정산은 주봉인 고당봉을 비롯해 대부분 사유지여서 공원일몰제 적용 이후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금정산은 3개 지자체가 걸쳐 있어 일괄적인 관리가 안 된다”며 국립공원 지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으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한다. 연간 100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탐방로를 관리한다. 한국에는 지리산 국립공원 등  총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부산시는 금정산의 경관이 뛰어나고 문화유산이 많아 국립공원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시 녹색도시과 관계자는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 담비를 비롯해 1795종에 달하는 생물 종이 서식하고 있다”며 “범어사와 금정산성 등 문화유산이 90여점으로 보존가치가 뛰어난 산이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국립공원이 없는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이 관계자는 “부산시 반경 100㎞ 이내에 육상형 국립공원이 하나도 없다”며 “생물 종 다양성이 풍부한 금정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 지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국립공원 지정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금정산. [사진 부산시]

금정산. [사진 부산시]

주민 반응은 엇갈린다. 환경단체와 등산객은 국립공원 지정을 반기고 있다. 이성근 금정산 국립공원지정 범시민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금정산의 상당 부분을 소유한 부산대와 에너지기업인 삼천리가 각종 개발을 추진하려 한다”며 “도시공원일몰제 시행 이전에 국립공원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정산 산성마을 주민은 반대하고 나섰다. 재산권 침해를 우려해서다. 산성마을에는 1200여명이 살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영업을 못 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며 “부산시가 주민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금정산의 85%는 사유지다.

산성마을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정권 대책위원장은 “이곳에는 주차장도 없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많은 등산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도로를 확장하고 주차장을 만들고,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뒤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사유지 매입이나 주민 보상을 위한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성근 위원장은 “환경단체 회원이 금정산 땅을 1평씩 사고, 주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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