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 통제 부쩍 강화한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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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 당국이 최근 입맛에 맞지 않는 외국 영화에 잇따라 퇴짜를 놓고 있다. 일부 영화는 상영 금지를 피하기 위해 검열 당국이 지적한 장면을 삭제하기도 한다.

중국의 영화 검열 당국인 국가 광전총국(廣電總局)은 지난 주말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2'의 자국 내 상영을 금지했다. 현지 영어신문인 상하이 데일리는 10일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인육(人肉)을 먹는 장면을 광전총국이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상하이 영화 배급 관계자는 "인육을 먹는 장면이 작품의 중요 부분이어서 이를 바꾸거나 삭제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상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개봉 첫날(7일) 5500만 달러(약 509억원)의 수입을 올려 하루 기준으로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종전 기록은 2003년 판 '스타워스')을 세운 이 영화를 13억 중국인은 영화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다빈치 코드'는 세계 동시 개봉에 맞춰 중국에서도 지난달 상영에 들어갔으나 한 달도 안 된 10일 돌연 상영이 중단됐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자녀를 뒀다는 설정 때문에 기독교도들이 시위를 벌일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한국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개봉해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동원 기록(1230만 명)을 세웠던 '왕의 남자'(이글픽처스 제작)도 동성애를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중국 상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배급사 관계자는 "중국은 등급제를 도입하지 않고 상영 '가능'과 '금지'만 판단하는 데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국의 주장이 워낙 강해 현재로선 극장 상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왕의 남자' DVD는 발매 허가를 받아 6월 말 판매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톰 크루즈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 3'는 중국의 경제도시인 상하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급기야 인구 13억 명의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제작사가 일부 장면을 삭제하기로 하면서 뒤늦게 상영이 가능해졌다.

중국 당국은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올 3월 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음악상을 받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의 상영도 거부했다. 미술상과 의상상을 받은 '게이샤의 추억'은 중국 여배우 궁리와 장쯔이를 일본 게이샤로 출연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정 기자

◆ 광전총국=국무원 직속기구로 영화뿐 아니라 라디오.TV 등 영상과 전파 매체 전반을 감독한다. 제작사가 심의를 신청하면 선정적.폭력적이라고 판단한 장면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상영을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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