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징크스 깨고, 빚 갚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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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승부차기 징크스여 안녕

이탈리아는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연장까지 접전을 벌이고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승부차기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주리 군단의 전사들은 달랐다. 안드레아 피를로-마르코 마테라치-다니엘레 데로시-알레산드로 델피에로와 마지막 승부를 결정지은 킥을 꽂아넣은 파비오 그로소까지 단 한명도 실수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선 결승전을 포함, 승부차기가 네 차례 나왔지만 5명의 키커가 모두 슛을 성공시킨 것은 이탈리아가 유일했다.

이탈리아는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세 차례나 승부차기를 했지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4년 뒤 94년 미국 월드컵은 이탈리아의 월드컵 도전사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스페인.불가리아를 연파하고 결승에 오른 이탈리아는 삼바 군단 브라질과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첫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영웅 로베르토 바조가 실축한 탓에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전에서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0-0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또 3-4로 졌다.

◆ 트레제게도 안녕

프랑스의 공격수 트레제게의 질긴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7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렸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0) 결승전. 후반 종료 직전까지 1-0으로 앞서 우승을 눈앞에 뒀던 이탈리아는 후반 47분 동점골을 허용해 연장전을 치렀고, 연장 13분 트레제게에게 골든골을 허용하면서 1-2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트레제게는 6년 만에 열린 독일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 2번 키커로 나와 크로스바를 맞추는 실축으로 땅을 쳐야 했다. 트레제게의 실축으로 이탈리아는 프랑스에 설욕과 함께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컵을 높이 들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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