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제일 걱정입니다. 한 창 마음잡고 공부해야 할 때인데.”
전북 상산고의 홍성대 이사장은 제일 먼저 학생들을 걱정했다. 홍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른들의 갈등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것 같아 마음 아프다”며 “학생들이 직접 시위에 나선다는 걸 학교에서 여러 번 말렸다”고 말했다. 그 대신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직접 쓴 손편지 396통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수학교육자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6년 처음 ‘수학의 정석’을 출간했다. 기성세대에게 ‘수학의 정석’은 교과서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홍 이사장은 평생 번 돈을 투자해 1981년 상산고를 개교했다. 7만m²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당시엔 흔치 않은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그동안 학교에 투자한 돈만 439억원에 달한다. 김대중 정부는 홍 이사장의 교육 의지를 높이 사 2002년 상산고를 첫 자립형사립고(자사고의 전신)로 지정했다.
그런 상산고가 자사고 탈락 위기에 놓였다.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점(80점)에서 0.39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억울하다. 상산고만 유일하게 다른 자사고(70점)보다 기준이 10점 높기 때문이다. 또 사회통합전형 등 상산고에 불리한 평가 요소들이 새로 적용되면서 “‘폐지’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평가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직 교육부 동의 절차가 남았습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홍 이사장은 “법령에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있어야 자사고 취소가 가능하다고 명시한 것은 교육감이 재량을 남용하거나 일탈할 때 교육부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육청이 해당 학교의 청문과정을 거쳐 지정 취소 안을 교육부에 보고하면, 교육부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장관이 결재하도록 돼 있다. 2014년에도 여러 자사고가 지정 취소 위기에 몰렸지만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홍 이사장은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 모두가 마음 아파한다”며 “열심히 하려는 학교를 도와주진 않고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만일 교육부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어쩔 수 없이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