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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자사고 취소" 뒤엔 느닷없이 올라간 커트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북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인 상산고(전북)의 운명은 이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손에 달렸다. 20일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교육부 장관이 최종 승인하면 상산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7월까지 각 지역별로 줄줄이 지정 취소 여부 발표를 앞둔 23개 자사고도 마찬가지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91조3항)에 따르면 교육감이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교육부의 지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장관의 결재가 이뤄져야 취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래 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이 ‘협의’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2014년 12월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협의’를 ‘동의’로 한 단계 높였다. 같은 해 자사고 1주기 평가 때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해 자사고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6곳을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교육부는 결정을 반려토록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교육부는 직권으로 교육청의 결정을 취소했고, 조 교육감은 이에 반발해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대해 2018년 7월 대법원은 교육청이 교육부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자사고를 지정 취소한 것은 위법이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옛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전 ‘협의’는 ‘동의’를 의미한다”며 "자사고의 지정·취소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국가의 교육정책과 해당 지역의 실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올해 2주기 평가를 앞둔 지난 연말부터 다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유은혜 부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시도 교육감들과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외국어고·자사고 지정 및 취소에 대한 교육부 동의권을 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지난 정부와 달리 외국어고·자사고 폐지는 현 정부의 교육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교육부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자사고 평가의 기준점을 70점으로 제시했다. 기존(60점)보다 10점 높은 수치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은 여기에 10점을 더해 80점을 기준으로 삼았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다른 지역보다 10점이 높은 기준점을 제시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전북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상산고는 0.39점 모자라는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취소 위기에 몰렸다.

향후 상산고는 청문 절차에 따라 전북교육청에 소명할 기회를 갖는다. 이후 교육청이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하면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심의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 장관이 결재하면 최종적으로 자사고 신분을 잃게 된다. 그러나 박 교장은 “교육부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전북교육청의 평가 결과를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만약 최종적으로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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