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호수 건너고 밀림 뒤지고 … 눈물겨운 화장품 원료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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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의 열대 우림. 벽안의 프랑스 남자가 숲길을 걷고 통나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며 탐험 중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13그루의 나무를 찾기 위해서다. 드디어 나무를 발견한다. 남자는 가방에서 치즈 커터를 꺼내 잎사귀 한 장을 갈아낸다. 곧바로 준비한 시약에 테스트를 하니 그 잎사귀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가득하다.

마치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이 동영상은 프랑스 샤넬이 제작한 것이다. 정말 별짓 다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밌다. 그래 사실 화장품이든 의약품이든 원료 채취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지 않은가. 발음하기조차 힘든 세계최초 성분을 함유했다고 떠들어대는 제품은 특히 그렇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샤넬 화장품 리서치센터 자비에 오르망세 소장이다. 동영상엔 새 성분을 찾아 헤매는 것 말고도 크림의 성분을 추출하는 모습도 보인다. 마다가스카르의 농장에서 키운 바닐라의 열매에서 나온 물질이 주성분. 그런데 일년에 수확할 수 있는 바닐라 열매의 양은 3t. 거기서 500kg의 추출액을 뽑아낸다. 추출액은 프랑스 연구소로 보내져 30kg의 고농축액으로 바뀐다. 이어서 냉동 금고에 저장된 후 제품화된다고 한다.

1년에 30kg이라,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양일까. 제품 하나에 들어가는 성분의 양은 얼마나 될까. 먼저 전자의 물음엔 매진되면 당연히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배짱 한번 두둑하다. 후자의 물음엔 역시 비밀이란다. 왠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고가 프리미엄 한방 크림인 '설화 수 진설'을 내놓았던 태평양의 경우는 어떨까.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의 시작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적송(붉은 소나무)으로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여성에게 음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이유다. 전국의 적송을 다 조사했다. 서해 대청도 것이 가장 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찾아낸 적송의 잎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일년에 3000개에서 5000개 정도의 제품만 만든다고 한다. 적송의 양은 충분하지만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제조 수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화장대 위에 놓여있는 영양크림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영양이 들어있다기보다 제품 개발을 위해 땀흘린 사람들의 노고가 녹아있다고나 할까. 물론 이런 노력이 다 가격에 반영 되겠지만 노력 하나는 박수 받을 만하다.

눈물겨운 화장품 원료찾기 동영상 보기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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