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노동자 비극에 이리도 아둔한가" 정부·국회 향해 한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훈 작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훈 작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훈 작가가 노동현장의 안전 보장을 호소하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 작가는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에서 "정부는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가는 노동현장의 비극을 깊이 성찰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2400여명의 노동자가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어 나가고 있다"며 "정부의 통계 밖에서 잊히는 죽음도 수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참혹한 사태는 기업 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과 야만의 문제"라며 "우리는 야만적인 약육강식에 반대하고 이 야만을 법제화하는 시행령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원안대로 산업법 시행령이 제정되면, 내년 그리고 그다음 해에 매년 2400여명의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죽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작가는 기업을 향해서도 "위험한 일을 영세한 외주업체에 하도급해서 책임을 전가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의 행위는 경영의 합리화가 아니다"라며 "무수한 죽음 위에서만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고 투자 의욕이 살아나는 것이냐. 노동자가 죽지 않게 안전을 강화하고 책임을 감수하는 일은 기업가 정신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정부와 국회에는 "무수한 죽음에 대해 어찌 이처럼 아둔한 것이냐.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보다 더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는 없다"면서 "노동자들이 해마다 죽어야 하는 이 사태는 땀 흘려서 경제를 건설하고 피 흘려서 민주주의를 쟁취한 국민의 뜻을 배반하고 역사의 발전을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위법령 개정 요구와 관련, "우리의 요구는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일하다가 죽지 않는 나라,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작가는 지난 1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산재 및 재난 참사 피해 가족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호소문을 읽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