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라이벌 열전 ② 쌀 vs 밀 vs 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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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vs 밀 vs 보리'.

우리 국민이 매일 섭취하는 양만 본다면 분명 '미스 매치'(miss match)입니다. 쌀은 소비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77㎏을 먹고 있습니다. 1인당 하루 섭취량을 비교하면 쌀은 210g(현미 4.3g 포함), 밀가루와 밀가루 가공품은 5.2g, 보리는 4.6g입니다.

이처럼 3자간 '덩치'(소비량)의 차이는 뚜렷하지만 '체급'(열량)에 있어서는 거의 대등한 수준입니다. 100g당 열량이 백미 372㎉, 밀가루 376㎉, 현미 350㎉, 통밀 328㎉, 통보리 322㎉으로 하나같이 '중량급'이죠.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밀가루로 만든 빵보다 쌀밥이 권장됩니다. 쌀의 전분은 인슐린의 분비를 자극하지 않아 비만 예방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죠.

당뇨병 환자나 그 가족은 흰쌀밥.흰빵보다 보리밥.현미밥.통밀빵 등 가공이 덜 돼 거친 곡류를 즐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밀가루가 주원료인 식빵.바게트빵의 당지수(GI)가 95, 쌀로 만든 떡.흰쌀밥의 GI가 85인데 비해 보리.현미의 GI는 각각 50.56에 그쳐서죠.

당뇨병 환자에게 50g의 쌀과 보리를 섭취하게 한 뒤 혈당 변화를 살핀 일본의 연구 결과도 참고할 만해요. 흰쌀밥을 먹고 한 시간 뒤에 잰 혈당이 220이었는데, 같은 사람이 보리밥을 먹고 한 시간 뒤의 혈당은 176으로 낮아졌습니다.

콜레스테롤 문제로 고민이세요? 그렇다면 보리.쌀.밀의 순서로 곡류 섭취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보리가 콜레스테롤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어요. 보릿가루로 만든 머핀.빵.케이크를 하루 3회씩 6주간 섭취한 사람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5% 감소했다는 미국 몬태나주립대의 연구 결과가 이 중 하나입니다. 수용성 식이섬유와 베타 글루칸(식이섬유의 일종)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주역인데 보리는 다른 두 경쟁자를 압도해요. 보리의 식이섬유 함량은 쌀의 7.2배, 밀의 2.3배, 베타 글루칸 함량은 쌀의 50배, 밀의 7배입니다(경원대 생명공학부 장학길 교수).

피와 살이 되는 단백질은 통보리(100g당 13.8g).통밀(12g).현미(7.6g).백미(6.4g) 순서입니다.

세 곡류 라이벌 중에서 최고의 웰빙식품을 겨루는 경기에선 아무래도 보리가 앞서 나갈 것 같습니다. 셋 중 식이섬유(변비.대장암 예방, 콜레스테롤 개선, 혈당 조절 등)가 가장 풍부한 덕분이죠. 그러나 쌀밥에 비해 소화가 잘 안 되고, 먹고 나면 가스가 잦아지는 것이 약점입니다. 이번엔 식이섬유 탓이지요.

이어서 벌어지는 쌀밥과 밀가루로 만든 빵의 웰빙 대결에선 쌀밥의 우세승이 점쳐집니다. 이는 쌀밥은 채소.생선.육류 등과 함께 먹고, 빵은 버터.커피 정도만 곁들여 먹는 우리 국민의 식습관을 고려한 판정입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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